[흔들리는 강남불패] 강남 아파트도 '역전세난'··· 전세시장, '임대차 2법' 시행 전 회귀

2022-10-11 18:38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강북뿐 아니라 강남에서도 아파트 전세 시세가 2년 전 실거래 가격보다 떨어진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세입자들이 전세를 기피하면서 매물 증가와 거래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전세사장이 극심한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집주인들이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2년 전 가격보다도 싼 전세 물건들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했는데 2년 만에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것이다.
 
실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 전세 시세는 12억원 선이다. 이 아파트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인 2020년 11월 동일 면적 전세가가 14억~15억원까지 치솟았던 곳이다.

잠실동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9월 추석 이후 전세 문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급급전세 매물을 내놔도 문의가 없다"며 "시세가 떨어진 것은 물론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을 하는 집주인도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판이라 난감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잠실 '엘스' 전용 84㎡도 전세 시세가 현재 11억~12억원 수준에 형성됐다는 게 중개업소 측 설명이다. 2년 전에 최고 12억~14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1억원 이상 돌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재건축 단지로 전셋값이 비교적 낮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세 시세도 2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이 아파트 전용 76㎡ 전세 시세는 5억~8억원 선이다. 이는 2년 전 시세인 5억~9억원보다 상향 거래가가 1억원 낮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 82.5㎡ 전세도 이달 초 6억5000만원에 체결됐다. 이는 2020년 8~9월 거래가와 비슷하다. 이 아파트 동일 면적은 지난 1월만 해도 9억75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강남뿐 아니라 중저가 전세 수요가 많은 강북도 전셋값 하락이 두드러진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11억~11억5000만원까지 계약되던 전세가 현재 8억5000만~9억원까지 내렸다. 전용 59㎡는 2년 전 전세 거래가가 최고 7억5000만원이었는데 현재 이보다 낮은 6억5000만~7억원에 전세가 나와 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역시 전용 84㎡가 지난해에는 8억~9억원에 계약됐으나 현재는 6억5000만~7억5000만원으로 전세 호가가 낮아졌다.
 
최근 전셋값 하락은 계약갱신청구권, 상생임대인 제도 등으로 재계약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연 6∼7%대까지 치솟으면서 이사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대출금리가 단기에 오르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계속해서 하락하면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한 갭투자자 등 일부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서 세입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매매가가 하락하면 전세가격 약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역전세가 늘어나면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증가하고, 특히 입주 물량이 집중되는 곳은 깡통전세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긴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