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임재 전 용산서장, 직무유기·과실치사상 거론...형량은
2022-11-06 13:43
"직무유기 적용 어려워...근무 거부·근무지 이탈 수준이어야"
"직접적 원인 제공 안 해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적용 가능"
"직접적 원인 제공 안 해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적용 가능"
이태원 참사 당시 부상자가 속출하던 시각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뒷짐을 쥔 채 현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업무 태만 및 허위 보고 등 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른 지 3일 만이다. 법조계에서는 직무유기 성립은 어렵더라도 허위공문서 작성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은 가능할 걸로 내다보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또 목격자와 주변 상인, 부상자 총 85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특수본은 현장 CCTV 등 144건의 영상물도 분석 중이다.
압수물에는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오후 10시 59분쯤 서울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를 뒷짐을 진 채 걸어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 1.8km 떨어진 삼각지에 있었는데, 오후 9시 30분쯤 상황이 위급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1시간 35분이 지난 11시 5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50분가량 지난 시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서장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이 전 서장의 행위에 대해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크게 3가지 죄명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이 전 서장에게 직무유기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형법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직무유기는 공무원이 직무를 '거부'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하는 수준의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성립한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적용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적용될 수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앞서 119신고 처리가 미흡했다는 등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사고 발생 2~3시간 전부터 경찰력의 동원을 요청하는 신호들이 100건 넘게 접수됐다면 경찰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112신고 지침이 있기 때문에 안전 매뉴얼 준수 조치도 동시에 어겼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112신고를 받고도 묵살한 공무원이 특정된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형사적 책임, 나아가 그 사람의 중대한 과실을 통해서 국가 배상 책임을 질 근거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위공문서 작성죄는 공무원이 공문서에 진실에 반하는 기재를 하는 때에 성립하는 범죄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이 전 서장 입장에서 압사를 예견할 수 없었다거나 112신고가 어느 정도 구체성이 있었는지 등에 따라 정반대의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경찰 출신 변호사는 "경찰은 압사뿐만 아니라 온갖 사건 사고 범죄를 대응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당시 근무 상황이 어땠는지도 봐야 하고 이 전 서장 입장에서 압사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