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5억 대출규제 완화에 쏠린 눈..."문의 늘었지만 거래 늘어나긴 역부족"

2022-11-02 07:19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아주경제 DB]

"매수 문의요? 약간 늘긴 했지만 금리가 워낙 높아 실제 매수세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죠. 다들 더 떨어질 거라고 하는데 지금 집 살 사람이 있겠습니까?"
 
최근 정부가 15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규제를 허용하고,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조정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냉랭한 분위기다. 15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서는 정부가 거래활성화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만난 서울 송파구 잠실동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후 주말 동안 1~2건의 문의가 오긴 왔는데 이걸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 "시장이 다 죽었는데 이제 와서 진통제 몇 알 준다고 다시 살아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중개업 20년 만에 서울에서 한 달 거래량이 300건도 안된 건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쯤 되면 정부가 시장을 살리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일대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몇 달간 매수문의가 한 건도 없다가 대출 규제가 일부 풀린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지난 주말 3~4팀의 손님과 매물 투어를 했다"면서 "엘리트 하락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컸고, 대출금지 때문에 높았던 허들이 낮아지면서 매수 수요가 일부 되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7일 19억5000만원에 거래돼 20억원선이 붕괴됐다. 이 아파트 동일 면적은 지난 9월 21억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한달 만에 1억5000만원 하락한 셈이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에는 이 아파트 전용 84㎡ 급매물이 19억원에 거래됐다. 1년 전 가격(27억원, 2021년 10월 18일 거래)과는 무려 8억원 차이다.
 
잠실동 대장주 아파트 가격이 추락하면서 송파구 아파트 시세는 ㎡당(10월28일 기준) 거래가가 1587만원으로 용산구(1630만원)에 역전당했다. 그만큼 실수요자 입장에선 가격 메리트가 있다는 설명이다. 엘스 인근 L업소 관계자는 "실거래가 등록은 안됐지만 이달에만 5건의 급매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급매 중심의 문의지만 확실히 체감 분위기는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책의 수혜층은 매우 한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LTV50% 규제 완화에도 소득에 따라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가령 연봉이 1억원인 무주택 실수요자가 14억원인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이번 규제완화로 대출금액이 기존 4억6000만원(3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에서 5억8800만원으로 1억2800만원가량 늘어난다. 반면 연봉이 5000만원인 직장인은 DSR 40%가 적용돼 종전 대출한도인 2억9400만원이 그대로 유지된다.
 
강남구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금 집을 보러 오는 이들 대부분은 대기업 맞벌이, 고액 연봉자로 1~2년간은 월 이자로 수백만원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뿐"이라면서 "특히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에게 해당되는 규제완화가 없다 보니 강남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1~2개월 분위기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는 규제를 풀어도 시장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