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엔저에 일본 기피…초고령사회 일손이 없다

2022-10-21 13:36
"임금 크게 올려 노동력 유입시켜야"

 

일본은 더 이상 매력적인 노동시장이 아니다. 엔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일본 노동시장에 참여했던 모습은 과거의 일이 됐다. 엔화가 달러당 150엔 돌파를 목전에 두는 등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면서, 일본 노동시장의 매력도 덩달아 크게 떨어졌다.
 
외국인 일손으로 초고령사회의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던 일본의 계획이 엔저라는 복병을 만났다. 일본 내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를 확실하게 개선하지 않으면 일본 경제가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까지 나온다.
 
외국인 일손마저 사라지나…노동력 부족 우려↑
신흥국 노동자들은 엔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일본으로 몰려갔지만, 역대급 엔저에 이런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마당에 외국인 일손마저 줄어들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가 더 심화하는 것이다.
 
지난 16일 닛케이 아시아는 국가 간 임금 격차 감소로 일본을 주요 취업 국가로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달러 기준 일본의 임금이 지난 10년간 40% 감소하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다수였던 건설 현장과 간병 등 돌봄 서비스직의 노동력 부족이 심화했다.
 
신흥국 근로자들은 일본에 일하러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기준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49엔대 초반을 오가고 있다. 시장은 150엔 돌파는 시간 문제라고 본다. 글로벌 긴축 환경에서 일본은행(BOJ)이 유일하게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 고수하는 한, 엔화 가치는 끝없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 취업 지원 프로그램 현황은 외국인 근로자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 지요다구의 비영리법인(NPO)은 베트남 현지 명문대와 함께 베트남인 대상 건설 노동자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19년만 하더라도 50명 모집에 250명이 넘는 베트남인이 지원했다. 일본 취업은 5:1 이상의 경쟁률을 갖출 정도로 인기였지만 올해는 정원이 미달할 전망이다.
 
베트남 근로자가 일본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일본 내 외국인 근로자(172만4328명) 가운데 베트남 국적자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일본 내 베트남인 근로자 수는 2020년 기준으로 44만3998명으로 전체 외국인 근로자의 25.7%에 달한다. 이는 중국인 근로자 수(41만9431명)를 뛰어넘은 것이다. 일본 노동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베트남 근로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노동시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의 물가가 오르면서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하락하는 데다가 자국 통화로 환산한 임금 수준마저 떨어지는 상황에서 베트남인들은 탈일본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9월 환율 기준으로 환산하면 2020~2021년 일본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012년보다 40% 감소했다. 10년 전보다 임금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신흥국 근로자가 임금이 크게 줄어드는 일본으로 달려갈 이유는 없다. 
 
반면 베트남 노동시장의 임금은 일본 노동시장의 임금 수준을 바짝 쫓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베트남 동 대비 엔화 가치는 20% 이상 하락했다. 엔화 가치는 떨어졌지만, 베트남 통화인 동화 가치는 올랐다. 그 결과 달러로 환산한 일본의 외국인 근로자 월 평균 임금(20만엔)과 베트남 숙련 노동자 월 평균 임금(15만엔·2500만동)이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됐다.

일본과 베트남 간 노동 임금 격차도 줄었다. 일본에 외국인 건설 노동자 임금이 지난 수년간 제자리에 있을 때 베트남의 임금은 10~20% 올랐다. 

일본 현지 매체들은 베트남 근로자의 감소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면서도 우려를 표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일본 노동시장으로의 인력 유입은 해당 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000달러를 넘으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베트남의 1인당 GDP는 5년 후 7000달러에 도달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엔화 약세는 이를(베트남 인력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기한 체류 검토 등 외국인 노동력 잡기 총력 
외국인 근로자 유입 감소는 초고령사회라는 일본 구조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으로 통했다. 그러나 엔저가 계속되면 해외 인력에 의존할 해결책마저 사라진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 전체 인구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미 2010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노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유엔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고령화사회(인구 대비 노인 7% 이상) △고령사회(인구 대비 노인 14% 이상) △초고령사회(인구 대비 노인 20% 이상)로 규정한다.
 
고령화는 노동력 부족 현상으로 이어져 일본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030년이 되면 일본에는 644만명분의 노동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지난 2018년 일본 주오대학과 버블종합연구소는 “2030년이 되면 지금보다 5배 이상 일손 부족이 심각해진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30년 노동 수요와 노동 공급을 각각 7073만명과 6429만명으로 분석했다. 노동 공급의 감소로 644만명분의 노동력이 부족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택한 것이 외국인 유입을 통한 노동력 확보다. 특히 코로나19 유행기에 일본 정부는 외국인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꼈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유입을 위해 각종 혜택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021년 특정 기술 직종'에 일하면 무기한 체류를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일손이 부족한 업종에 외국인 노동력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특정 기술 직종’은 간호와 농업, 조선, 외식 등 14개 업종이다. 코로나 발병 이후에는 외국인 노동력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논란 끝에 편의점까지 추가했다.
 
쇼와여자대학 야시로 나오히로 특임 교수는 “일본의 15~64세 생산 가능 인구는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고용 환경의 개선에 노력하면서 의욕 있는 외국 인재에게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