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 브리핑] "핵은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2022-10-12 11:24
전술핵 재배치 목소리..."구두 공약에 머문 한·미 확장억제가 원인"
북한이 이동식발사차량(TEL)과 잠수함, 열차를 비롯해 저수지에서도 전술핵을 장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기습 발사했다. 북한 핵위협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특히 재래식 전력에 기반한 한국형 3축 체계로는 북한의 핵도발 억지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시에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도 선명해지고 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미국이 확장억제(ED·extended deterrence) 공약을 한국군에 단순히 구두로 확인해 주는 차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핵 능력과 기획 절차 등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는 한국군에 공유되지 않고 있다. 또 평시나 위기 시 미국 전략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핵 타격 기획과 옵션 식별에 한국군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확장억제강화 방안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핵무기 사용은 미국 대통령의 배타적 권한에 속한다. 한국이 동맹국일지라도 핵과 관련해서는 참여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북한의 태세가 핵전쟁 수행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확장억제가 구두 공약 수준에 머무를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핵무력을 국가 근본체제로 주장한 점에 비춰봤을 때 정부가 미국 측 확장억제 약속에만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해 미국 전략 핵 폭격기, 핵 추진 잠수함, 핵 추진 항공모함,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 F-22 등이 상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실행력을 약속이 아닌 구속력 있는 제도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역시 “한·미 간 확장억제는 약속에 불과하다”며 “제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 위협이 임박했을 때 어떤 수단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단계별로 구체화하고,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전략자산들이 전개될 수 있도록 의사 결정 과정에 일부라도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내부에서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킬체인을 동원한 원점 타격을 어렵게 탄도미사일 투발을 다양화하면서 전술핵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며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왔다. 핵은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한반도에 전술핵이 있었다. 냉전시기이던 1958년부터 주한미군은 소련 견제의 목적으로 다양한 전술핵을 배치했다. 1970년대 보유량은 900여 발로 늘기도 했다. 그러나 냉전 후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하면서 전술핵은 전량 철수됐다.
30여년이 지난 현재 전술핵 재배치는 쉽지 않다.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폐기한다는 뜻이다. 이는 북한 핵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특히 중국의 반발을 사기 때문에 외교적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이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