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선 빨간불]고유가·고환율에 무역적자 장기화 우려…수출 전망도 어두워

2022-10-09 06:00
OPEC 플러스 감산에 국제유가 상승 압력…환율에 영향, 수입물가 상승 '악순환'

9월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OPEC 사무국에서 열린 OPEC+각료회의. [사진=연합뉴스]

주요 산유국이 원유 감산을 결정하면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 추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역적자 주원인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석유·액화천연가스(LNG)·석탄 3대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한 탓인 만큼, 이번 감산 결정이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의 누적 수입액은 1431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70억 달러 증가했다. 3대 에너지원의 수입 증가액은 같은 기간 기록한 288억8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두 배 이상 상회하는 규모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올 4월부터 7월까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90.95달러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제 LNG 가격은 지난달 Mmbtu당 45.45달러로 7월 하절기 수요 감소로 소폭 내림세를 기록한 이후 다시 오름세다. 가스 가격이 지난해 9월 Mmbtu당 15.66달러를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석탄 가격은 올 들어 꾸준히 오르면서 지난달 톤당 440.0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톤당 181.12달러와 비교하면 2.5배나 올랐다.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3월 이후 매달 월 기준 수출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높은 에너지 가격 탓에 올 4월 이후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6개월 이상 무역적자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이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내달부터 일일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감산 규모로 향후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변수가 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적자 장기화는 환율에도 영향을 주며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 무역적자 장기화는 원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데 이는 결국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무역적자를 늘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원자재 등 가파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해 올해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치인 48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2년 무역수지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이같이 추산했다. 480억 달러 무역적자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4년 이후 최대 규모며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2000만 달러의 약 2.3배에 달한다.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4.4로 조사됐다. 전망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기업들이 다음 분기의 수출 경기가 직전 분기보다 악화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기업의 체감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이라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원자재 수입 비용도 증가하는 가운데 물류난 역시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 수출 경기가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