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시장님, 포항제철소는 왜 침수됐습니까?

2022-09-26 13:57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되고 20일이 지났다. 그동안 포항제철소에서는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49년 만에 중단됐던 고로가 모두 복구됐으며, 슬라브(전제품)를 만드는 연주공장이 정상 가동하면서 국내 조강생산량을 정상치에 올릴 기반을 마련했다.

매일 수천 명의 포스코 및 협력사 직원들이 밤낮으로 복구작업에 투입됐으며, 투입 누적 인원만 수십만에 달한다. 남은 건 후공정을 완전히 복구하고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일이다.

그들은 박수받아 마땅한 일을 해냈다. 그런데 정부는 책임자를 찾겠다고 나섰다. 벌써부터 포스코 직원들 사이에서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 이야기가 나온다. 이백희 포항제철소 소장,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심지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까지 언급된다. 

시간을 돌려 지난 6일 오전 7시경, 기자는 포항제철소의 한 현장 관계자로부터 포항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이 넘쳤다는 연락을 받았다. 함께 보낸 동영상에는 인근 주차장에 위치한 차가 침수되고, 공장으로 물이 들이닥치는 장면이 담겼다. 현장 관계자는 냉천 정비가 제대로 안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역대 최대 비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예보된 태풍 힌남노는 포스코의 큰 리스크였고, 그들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하지만 사고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났다. 포항제철소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냉천이 넘친 것이다.

이는 포항시가 추진한 공원화사업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원 조성을 위해 냉천을 메우면서 하천의 폭이 좁아졌고, 쏟아지는 비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포항시의 태풍 피해 대비 역량을 믿었던 것이 패착이었다.

포항제철소 침수 원인에 대한 질문은 “포항시가 냉천의 범람을 예상하지 못했느냐”로 시작돼야 했다. 하지만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14일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 회의에 앞서 브리핑을 열고 “태풍이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한번 따져볼 예정”이라며 포스코에 대한 책임 추궁을 암시했다.

비유하자면 최근 서울을 강타한 침수 피해의 원인을 침수 피해자에게 묻는 셈이다. “왜 폭우가 예보된 상황에서도 반지하에 거주하셨습니까?”

이와 관련한 포항시의 해명은 아직 없는 상태다. 포항시는 침수 안전 지역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면서, 모든 책임을 예산부족으로 돌리고 있다. 시의 태풍 피해 예방 실패는 국가 지원 부족의 문제고, 포항제철소의 침수는 포스코 경영진의 책임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포항제철소는 포항시에 있어 단순한 일개 기업이 아니다. 포항시 최대 사업체이며, 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시민의 다수가 제철소로부터 나오는 수익으로 생계를 꾸린다. 나아가 국가 조강생산량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곳이다.

국민의힘 소속 이강덕 포항시장은 시장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포스코홀딩스의 포항 이전 약속을 꼽았다. 지주사 이전 시위에는 수많은 관변단체가 동원됐으며, 여당 의원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시장은 지주사 이전을 자신의 공으로 만들면서, 지난 7월 3선에 성공한다. 포스코는 이 시장을 시장으로 만든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다. 그리고 포항제철소 역시 포항시가 지켜야 할 기업 중 하나이다. 

최근 포항시에는 포스코 외에도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여럿 들어서고 있으며, 포스코가 개관한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에도 여러 스타트업이 입주 중이다. 포스코의 일부가 서울로 가겠다고 하니 시장이 여권 인사와 관변단체까지 동원해 공격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책임에 있어 고개를 돌린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포항을 선호할지 의문이다. 이 시장을 만난다면 꼭 한번 묻고 싶다. 포항제철소는 왜 침수됐습니까?
 

[사진=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