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엔데믹으로 가는 길목, 갈 길 먼 제약주권 확보

2022-09-02 16:54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엔데믹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제약주권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미 화이자와 모더나 등 글로벌 빅파마에서 내놓은 기존 백신에 이어 개량 백신 승인이 속속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뒤늦게나마 SK바이오사이언스가 내놓은 스카이코비원이 ‘국산 백신 1호’ 타이틀을 따낸 이후에는 치료제 개발에 대한 뚜렷한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제약분야 연구·개발(R&D)에 20조원을 쏟아부으면서도 변변한 코로나19 치료제도 없는 현실을 통탄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지금 개발에 한창이어도 결과를 내기 쉽지 않은데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관련 개발을 선언했던 기업들이 소리소문없이 중도 하차를 하면서 열기마저도 사그라든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임상시험 환자 모집도 쉽지 않아 여러 장애물 때문에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백신은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선점하면서 후발주자에 대한 주목도가 낮은 상황이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긴 했으나 국산 1호 백신 활용도 또한 기대 이하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스카이코비원에 대한 사전예약 첫날 19명이 접종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 전체 백신 신규 예약자 수가 1만8835명인 것과 비교하면 스카이코비원의 사전예약 건수는 저조한 편으로 뒤늦은 개발에 따른 아쉬움이 남는다.

치료제의 경우 셀트리온이 개발한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는 오미크론변이에 효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서 올해 초 사용이 중단됐다. 회사는 지난 6월 흡입형 칵테일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 3상도 중단하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 손을 뗐다. 투자 대비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백신은 간신히 글로벌 제약사를 뒤따라가는 실정이고, 치료제는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쓴소리가 이어지는 이유다.

가능성을 품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다소 늦더라도 글로벌 제약사에 휘둘리지 않는 제약주권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감염병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주도성이 빛을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