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벤처투자 첫 4조 돌파… "성장세 꺾여 하락세 대비해야"

2022-07-28 18:00
벤처투자·펀드결성, 모두 4조원 돌파… 역대 상반기 최고 기록
2분기 들어선 소폭 감소… 바이오‧의료 업종 큰 타격
하반기 감소세 본격화할 듯… "투자시장 예의주시 필요"

[사진=중기부]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와 펀드결성이 모두 역대 최초로 4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나온 고무적인 성과다.
 
다만 유동성이 회수되기 시작한 올해 2분기 들어서는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반기 벤처투자 4조61억원… 2분기 들어선 꺾여
2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 실적은 4조61억원으로, 상반기 최초로 4조원을 돌파했다. 종전 역대 최대인 지난해 상반기(3조2240억원)와 비교하면 24.3%(7821억원)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투자 건수와 건당 투자금액, 피투자기업 수, 기업당 투자 역시 각각 상반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 건수는 281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 늘었고 건당 투자금액은 14억2000만원으로 8.3% 증가했다. 피투자기업 수는 1350개사로 같은 기간 10% 증가했고 기업당 투자는 29억7000만원으로 12% 늘었다.
 
중기부는 이에 대해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벤처투자가 위축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투자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표=중기부]

다만 투자실적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올해 2분기에는 소폭 감소세가 나타났다. 올해 1분기 투자는 종전 최고치인 지난해 1분기(1조3187억원) 대비 65.3%(8615억원) 증가한 2조1802억원으로 1분기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올해 2분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및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벤처캐피털(VC)들이 투자를 관망함에 따라 지난해 2분기에 비해 4.2%p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벤처투자가 감소한 건 2020년 2분기 이후 8분기 만이다.
 
업종별로도 투자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상반기 투자 상위 3개 업종은 △ICT 서비스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등으로 전체 벤처투자의 73.1%인 2조9288억원이 투자됐다. 이들의 비중은 전년 상반기(73.6%)와 유사했으나, 각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에서는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전환이 빨라짐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는 계속해서 투자가 증가했다. 투자 증가액(6093억원), 증가율(69.0%) 모두 최고치를 기록해 전체 업종 중 가장 많은 1조4927억원이 투자됐다.
 
반면 동일하게 코로나19 수혜 종목으로 꼽혔던 바이오‧의료 업종의 투자는 감소했다. 최근 상장 바이오 기업의 주가 하락과 바이오 기업의 상장 부진 등으로 VC들이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를 관망하면서 투자액이 1387억원(17%) 줄었다.
 
상반기 최초 펀드결성 4조원 돌파… 민간 출자가 견인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증가세다. 2018~2020년 상반기 30개사 이하에서 지난해 상반기 62개사, 올해 상반기엔 91개사로 해마다 약 30개사가 늘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91개사는 지난 한해 동안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 75개사를 일찌감치 넘어선 수치다.
 

[표=중기부]

펀드결성도 상반기 최초로 4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 176개의 펀드가 4조4344억원을 결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9%(1조5900억원) 늘어난 수치다.
 
펀드 결성 현황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올해 1분기 펀드 결성은 2조6612억원으로 1분기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다. 종전 1분기 최고치인 지난해 1분기(1조5763억원)와 비교해 1조849억원(68.8%) 증가했다.
 
2분기도 해당 분기 역대 최대실적인 1조7732억원의 펀드가 결성됐다. 종전 최대실적인 지난해 1분기(1조2681억원) 실적을 경신(39.8%, 5051억원)한 기록이다.
 
올해 상반기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의 출자자 현황을 살펴보면,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 출자는 전년 동기 대비 65억원 증가(+0.8%)한 8005억원으로 전체 출자의 18.1%를 차지했다.
 
민간부문 출자는 전년 동기 대비 1조5835억원(77.2%) 늘어난 3조6339억원으로 전체 출자의 81.9%를 차지했다. 민간 중심의 벤처펀드 결성이 상반기 역대 최대 펀드결성을 견인한 셈이다. 
 
정책금융 출자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모태펀드 출자는 29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7억원(34.4%) 감소했다. 중기부는 올해 선정된 모태자펀드들이 본격적으로 결성되면 실적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타 정책기관은 전년 동기 대비 186억원(10.5%) 감소한 1590억원, 성장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1788억원(105.5%) 증가한 3483억원을 출자했다.
 
민간부문 출자에서는 시중은행 등의 출자가 급증하면서 금융기관 출자가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185.1%, 7263억원) 증가한 1조1186억원을 기록했다. 개인 출자도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86.5%, 3969억원)한 8558억원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엔 뚜렷한 감소세 예상··· 모태펀드 중요성 커져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벤처투자 위축이 숫자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나 물가 등 악화된 경제 상황이 하반기에도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제2벤처붐‘으로 불리며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호황기를 누렸던 만큼, 분위기가 더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성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투자 증가세가 나타났으나 2분기부터는 출자자(LP)들이 출자를 꺼리고 있다. 3분기에는 성장세가 더 꺾일 것으로 보여 하반기 전망이 암울하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올해 4분기에는 투자가 늘 수도 있겠지만, 지난 2년여간 투자가 가파르게 늘어온 만큼 성장 속도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지 회장은 “시장이 많이 성숙했고 심사역들의 역량도 강화됐기 때문에, 20년 전 닷컴버블 때처럼 붕괴될 가능성은 없다”며 “숨 가쁘게 달려왔던 시장이 숨을 고르는 단계로 보이며 오히려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투자 시장이 위축되는 현 시점에 모태펀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기부는 투자 시장을 민간 주도로 전환한다며 모태펀드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권영학 중기부 투자회수관리과장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올해 2분기 실적은 감소하는 등 추세적으로 우려가 있어 투자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정책자금을 공급하고 민간 벤처모펀드를 도입해 대규모 민간자금이 투자시장에 유입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