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5년] 손실보상‧제2벤처붐에 몸집 키워… 中企는 "아쉽다"

2022-07-27 07:00
세계 최초 손실보상법 제정… 55조원 규모 소상공인 지원금
벤처 투자 고공행진… 민간 투자 활성화 등 지속 성장은 과제
중소기업 애로 느는데 지원은 부족… 납품단가연동제 등 기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7월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중소벤처기업부가 26일 출범 5주년을 맞았다. 지난 5년간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국가 경제의 허리를 지탱하고 제2벤처붐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생력 강화와 벤처 생태계의 지속 성장은 과제로 꼽힌다.
 
중기부는 1960년 상공부 공업국 중소기업과로 출발해 8년 뒤 중소기업국으로 승격됐다. 이후 1998년 정부대전청사 이전과 함께 중소기업청이란 중앙행정기관이 됐고 2017년 숙원인 부 승격을 이뤘다. 
 
이후 중기부는 5년 동안 몸집을 급격하게 키웠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 업무를 도맡으며 예산과 인원이 급증했다. 중기부의 올해 예산은 18조8412억원으로 2017년 8조5366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다만 중기부의 역할이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정부 부처와 겹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빅3(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산업 지원, 스마트 제조 혁신 등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이 중복 논란을 빚었다. 이에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조직 해체설까지 제기되는 등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에 역량 집중··· 곳곳 잡음도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6월 3일 손실보전금 수령 현장 점검 차 방문한 서울 마포구 홍대 상점가에서 소상공인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중기부]

중기부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소상공인 중심적 관점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부처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이다. 중기부는 전 세계 최초로 방역 조치로 인한 손실보상 제도를 법제화해 선제적인 보상에 나섰다.
 
손실보상금 외에도 중기부는 2020년 7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시작으로 △새희망자금 △버팀목자금 △버팀목자금 플러스 △희망회복자금 △1·2차 방역지원금 등 소상공인 피해 회복을 위해 총 32조원 이상의 지원금을 집행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소상공인의 누적된 피해를 온전하게 보상한다는 명목으로 손실보전금 집행을 시작했다. 지원 규모는 23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자 중기부가 여태까지 지급한 소상공인 대상 전체 지원금의 73%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만 지급 과정에선 잡음이 뒤따랐다. 지원금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들이 지급 범위를 확대해달라며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손실보상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이전의 피해에 대해 소급적용을 해달라며 집단소송에 나서면서 중기부와 마찰을 빚었다.
 
벤처투자 연간 7조원 돌파··· 제2벤처붐 이어갈까

[그래픽=아주경제 DB]

2000년대 초반 제1벤처붐 이후 20년 만에 도래한 제2벤처붐 역시 중기부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액은 7조680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기부가 출범한 2017년 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이밖에 투자 건수, 건당 투자 금액, 투자 유치기업 수 모두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벤처 생태계가 확장하면서 국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도 대폭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유니콘기업은 총 23개사로, 2017년 3개사에 비해 20개사가 늘었다. 상장이나 인수합병 등으로 현재 목록에선 제외됐으나 기업가치 1조원을 넘겨 유니콘기업 이력을 가진 기업은 총 32개사다.
 
중기부는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상회한 점 등으로 미뤄보아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기조 등의 영향으로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벤처 생태계 성장을 지속하려면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를 넘어 민간 투자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은 “중기부는 그동안 모태펀드 규모를 늘리는 방식의 정책적인 접근을 했다”며 “직접적인 지원 대신 선진국처럼 규제를 푸는 방식을 통해 민간 주도 벤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기부는 국내 벤처 투자 시장 위축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도, 글로벌 시장 위축 기조에 대응해 투자 활성화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정부 주도 모태펀드 자금이 대다수였다면 2~3년 전부터는 민간 자금이 절반을 넘어섰다. 민간 주도로 투자를 전환하는 동시에 여성‧청년‧지역‧초격차 등 다양한 분야로 모태펀드를 고도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 규제 강화에 중소기업 시름··· 납품단가연동제 등 기대
중소기업계에선 중기부의 지난 5년간 성적을 매겼을 때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고 평가한다. 물론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이 1171억 달러를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달성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지만, 기업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애로를 해소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만 해도 중소기업계는 원자재 가격 폭등, 주52시간제 확대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악재가 겹쳤으나 중기부의 지원을 체감하기 어려웠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이 장관이 취임 이후 약속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주52시간제 유연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지난 5년간 주52시간제 시행과 최저임금 42% 인상 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졌는데, 중소기업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기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며 “중소 제조업의 경쟁력이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만큼 중소기업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5주년에 대한 기쁨보다는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주도의 국가 성장동력을 이끌어 내야 할 장관으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에 어깨가 무겁다”며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라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복합위기 속에서도 중기부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대변혁의 시대를 견인해 디지털 경제 선도국가로 나아갈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