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마침내 티빙에 온다…국내 최대 OTT 동맹 탄생

2022-07-14 16:06
티빙·시즌 이사회 열고 합병 결정…웨이브 제치고 토종 OTT 1위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왼쪽)과 양지을 티빙 대표 [사진=KT, 티빙 제공]

이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CJ ENM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티빙과 KT OTT '시즌(seezn)'이 합병해 국내 최대 OTT 동맹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14일 티빙과 케이티시즌은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합병 방식은 티빙이 케이티시즌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케이티시즌 지분을 100%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법인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다. 예정 합병 기일은 12월 1일이다.

양사는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능력과 OTT 기술력에 케이티시즌 사업 조직을 결합해 기술력과 서비스를 한 단계 강화할 방침이다.

양사 OTT 플랫폼 통합 방법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합병에 따라 기존에는 티빙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KT스튜디오지니의 인기 콘텐츠를 앞으로는 티빙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이번 합병에 따라 티빙은 국내 최대 규모 OTT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OTT 월간활성이용자(MAU)는 넷플릭스가 1117만명으로 가장 많고, 2위는 웨이브(423만명), 3위는 티빙(402만명)이다. 시즌은 157만명이다. 티빙과 시즌 이용자 수를 단순 합산하면 약 559만명으로,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더라도 웨이브를 뛰어넘어 토종 OTT 1위에 오른다. 

두 플랫폼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가 실현 가능해지면서 양사 사업에도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OTT 경쟁의 척도로 여겨지면서 최근 콘텐츠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웨이브는 5년간 1조원, 티빙은 올해만 2000억원, KT스튜디오지니는 3년간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업적자까지 감수하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지만 플랫폼 규모가 받쳐주지 않으면 회수하기가 어렵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콘텐츠 제작·수급 비용과 마케팅 지출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티빙은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고, KT는 콘텐츠 제작과 지식재산(IP) 확보에 집중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웨이브가 SK텔레콤 통신 서비스에 결합하듯 KT 통신 서비스와 티빙을 결합하는 방안으로 몸집 키우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지난달 가입자 10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와 협력하는 것이 필수다. 지난 1일 KT는 무제한 데이터로 티빙을 이용할 수 있는 '티빙·지니 초이스' 요금제를 출시했다. KT용 스마트폰에 티빙 앱을 기본 탑재하는 등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유료방송에서도 가입자 1위인 KT와 새로운 제휴 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 

소비자로서는 2개 플랫폼이 통합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편의성이 높아지는 이익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들은 평균 2.69개를 구독하고 있다. 

CJ ENM과 KT는 올해 초부터 콘텐츠 영역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합병 또한 그 일환이다. 

양사는 지난 3월 콘텐츠 사업 협력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콘텐츠 투자부터 제작, 편성, 유통에 이르는 전방위적 협력을 시작했다.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해 강호성 CJ ENM 대표와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대표 위원으로 참여하는 사업협력위원회를 만들고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해왔다.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은 "글로벌 OTT 각축장이자 핵심 콘텐츠 공급원이 된 국내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보다 신속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번 통합을 결정하게 됐다"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최근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가 성공 가도를 달리며 자신감을 얻은 만큼 앞으로 KT그룹은 미디어 밸류체인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CJ ENM과 협업해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티빙과 케이티시즌 간 만남은 최근 글로벌에서 위상이 강화된 K콘텐츠 산업 발전과 OTT 생태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양사의 콘텐츠 제작 인프라와 통신 기술력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넘버원 K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