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 가격 낮출 우크라이나 흑해 항로…4자 회담 "세부사항 합의만 남았다"

2022-07-14 18:07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위한 4자 회담…"세부 사항 합의만 남아"
우크라이나 수출길 열리면 곡물 시장 안정 가능성 ↑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러시아·튀르키예(터키)·UN 4자회담.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세계 식량 가격 상승세가 안정될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곡물 운송을 위한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 조정센터 설립 합의를 위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다음 주 협상안이 최종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온다. 밀·옥수수 등 식량 가격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그동안 꽉 막혔던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의 숨통이 트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위한 4자 회담…"세부 사항 합의만 남아"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이스탄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러시아·튀르키예(터키)·UN 4자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운송 재개와 관련 일부 사안을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들 4개국 정상은 다음 주에 세부 사항 논의를 위해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날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부 장관은 4자 협상 결과 성명에서 "항로 안전보장을 위한 조정센터를 이스탄불에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카르 장관은 대표단이 곡물 수출입 항구에 대한 공동 통제 원칙에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협상에서 모든 세부 사항이 다시 검토될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서 최종 서류에 서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은 우크라이나산 식량의 해상 수출이 막힌 3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열린 직접 회담이다. 협상 직후 튀르키예 국방부가 협상 종료 사실만 공지하는 등 난항을 겪는 듯했다. 하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 사실이 발표되면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번 협상에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하기 위한 중요하고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모든 협상 주체의 많은 호의와 헌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와 UN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견이 있는 부분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이번 협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선박수색권을 두고 다른 입장을 견지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무기를 밀수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선박을 수색할 권리를 포함해 달라고 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해 반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부분에 대해 튀르키예와 UN이 중재를 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튀르키예 해군이 우크라이나 항구에 도착하는 빈 선박을 검사해 무기를 밀수할 수 있다는 러시아의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며 "또 UN은 선박을 위협하는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이스탄불에 지휘통제소를 설치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세부 사항과 최종 합의를 두고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항구 주변에 설치된 기뢰 제거 방법 등은 여전히 합의가 필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WSJ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가장 중요한 것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회담에 정통한 전문가는 일부 기술적 세부 사항이 조율되고 수일 내에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하면서도 "합의가 임박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수출길 열리면 곡물 시장 안정 가능성 ↑
이번 협상이 최종 합의에 이른다면 지금보다는 세계 곡물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농업 생산량이 세계 곡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 한 달에 최대 600만톤(t)의 곡물을 수출하는 농업 강국이었다. 그러나 전쟁 이후 한 달 곡물 수출 물량이 약 100만톤으로 감소했다. 이에 전 세계 곡물 가격은 급등했다. 미국 농무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우크라이나의 주요 농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밀·옥수수·보리의 수출을 6370만톤까지 예상했다. 

이번에 흑해 항로가 열리면 곡물 가격도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우크라이나 곡물의 95% 이상이 흑해를 통해 수출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곡물 2200만톤가량이 수출을 못 하고 막혀 있는 상황이다. 전쟁이 터지고 항구가 막히자 우크라이나는 육로 위주로 수출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여전히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6월에 200만톤을 수출했는데 이는 전쟁 전에 수출하던 600만톤에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이다. 

곡물 가격 폭등은 세계 경제와 식량 보급에 악영향을 끼쳤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이 개발도상국의 식량 보급을 위협하고 최대 1억8100만명의 기아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날 기준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밀은 톤당 293달러, 옥수수는 톤당 291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고점에서 소폭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밀은 지난 3월 7일 톤당 475달러로 고점을 찍고 내려왔고 옥수수는 지난 4월 20일 톤당 321달러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밀은 톤당 240달러였고 옥수수는 톤당 224달러였다. 우크라이나 흑해 항로가 개방돼 전 세계 식량 가격이 안정화를 찾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