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피크아웃 눈앞] 美 CPI 41년래 최고에도 '정점 찍었나' 낙관론 우세
2022-07-14 16:12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를 기록, 41년 만에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이달에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울트라스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정점이 다가온다는 분석 때문이다. 급전직하로 폭락해오던 국내 증시도 서서히 반등이 이어질지 관심이 높다
◆CPI 쇼크에도 국내 증시는 상승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6월 CPI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9.1%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 상승폭이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8.8%보다도 증가폭이 큰 수치며 지난 5월 CPI(8.6%)도 크게 넘어섰다. 그간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와 도이치방크는 6월 CPI가 9.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감을 키워온 바 있다.
5월 CPI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90포인트 이상 급락했던 지난달 13일과 달리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반등에 성공하며 상반된 흐름을 나타냈다. 기관의 매도물량이 유입되며 지수는 약보합으로 마감했지만, 물가가 정점을 기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매수세 유입으로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29포인트(-0.27%) 내린 2322.32로 마감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045억원, 3952억원을 순매수 했다. 기관은 5312억원을 순매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일 미국 증시는 장 초반 급락을 뒤로 하고 상승반전 하기도 하는 등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5월에 이미 경험한 충격이 있었던 만큼 동일 이슈에 대한 충격도 제한적”이라며 “물가 레벨은 놀랍지만, 서프라이즈 폭이나 강도는 5월보다 덜하다는 점도 물가 충격에 의한 금융시장 반응도 단기간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지표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 속에 물가 정점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CPI 상승률 내에서 가솔린의 기여도는 4월 1.9%, 5월 2.3%, 6월 3.1%로 상승했으나 이를 제외한 CPI는 6.4%, 6.3%, 6%로 둔화됐다”며 “6월 중순부터 국제유가가 가격조정을 받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00달러를 하회하고 있어 에너지 가격 부담이 완화되고 있고, 이로 인한 물가상승 압박에 대한 축소 기대감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CPI 사상 최고치 이유는?
물가지수의 급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은 작년 같은 달 대비 41.6%가 급등했다. 이는 지난 5월보다도 7.0%포인트가 상승한 수치다. 그중에서도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9.9%, 전월 대비로는 11.2%나 올랐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6월보다 5.9% 증가했고, 전월보다는 0.7%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중고차(16.1%→7.1%)와 신차(12.6%→11.4%) 등 자동차 부문은 하락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휘발유 가격을 중심으로 에너지 부문이 물가 상승의 절반을 차지했다”며 “미국 휘발유 가격이 6월 중순에 갤런 당 5달러 수준까지 가파르게 올랐던 점을 생각하면 헤드라인 물가 상승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것과 관련해 에너지 가격 하락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단기적으로 높아진 원자재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반대로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크게 확산 중”이라며 “앞으로는 긴축정책보다는 산유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물가안정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CPI 쇼크에 연준 울트라스텝 나서나
예상을 뛰어넘는 CPI 발표로 연준은 오는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100bp를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CPI 상승을 부추겼으나 여전히 에너지를 제외한 수요측 물가도 상승폭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역할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거다.
전날 CPI 발표에서 주거비 상승률은 지난달 5.4%에서 5.6%로 상승했다. 또 식료품 가격도 전년 동월보다 10.4%가 상승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 인상이 CPI 상승에 부분적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연준의 역할론이 다시금 부각되는 계기가 됐고, 이에 따라 7월 FOMC 금리결정에서 100bp인상이 전망이 7%에서 78%로 급등했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7월 FOMC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75bp 인상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라며 “100bp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지만 주거비용을 중심으로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7월 소비자물가 상승세도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비 기준으로 보면 2분기 중 0.6%~0.7%에서 머물며 높게 유지되고 있어 높은 물가 수준이 조기에 완화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하회했지만 공급 여건이 여전히 타이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 역시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