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쇼크] 바이든 "CPI는 구닥다리" 발언 뒤 유가 잡으러 사우디行

2022-07-14 15:55
중간선거 앞두고 원유 증산 통해 인플레이션 완화시키려는 계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중동 순방을 떠나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구닥다리 통계"라고 비판한 뒤 유가를 잡기 위해 중동으로 떠났다. 지난 6월 미국 내 휘발유가 고점을 찍은 뒤 내려왔지만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올해 11월에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의 원유 증산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서 CPI를 발표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상승이)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높지만 (CPI는) 구닥다리 통계(Out of date)"라고 했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6월 CPI는 전년 동기대비 9.1% 상승했다. 상승폭이 시장의 예상이던 8.8%를 크게 웃돈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오늘 통계는 휘발유 가격이 내려간 지난 30일 동안의 휘발유 하락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 휘발유 가격은 6월 중순부터 40센트 정도 내려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만으로도 인플레이션 월별 증가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CPI의 에너지 부문은 1년 동안 41.6% 뛰어 1980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1년간 59.9%, 5월 대비 11.2%나 올랐다. 식료품 가격은 지난해 6월보다 10.4% 올랐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의 최대 난적은 인플레이션이다. 이날 CPI 발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은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마주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p(포인트) 인상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문제는 큰 폭의 금리 인상 뒤에도 물가가 여전히 불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물가 인상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과 코로나 유행 당시 각국 정부의 과도한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한 원인이 얽혀있다. 이런 상황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은 물가 안정이 아닌 경기 침체를 일으킬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벌써 미국 국채물 장단기 금리 역전 등 경기 침체의 신호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CPI 지수에 에너지 부문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비판한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방문을 위한 여정을 떠났다. 13∼17일(현지시간) 순방에서 사우디 등 중동 국가와 관계를 개선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규모 증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산유국의 생산량을 크게 늘려 국제 원유 시장의 빠듯한 수급 상황을 개선, 유가도 진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순방을 앞둔 백악관은 산유국의 원유 증산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전망 평가가 갈린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0일 각국의 공식 생산량 데이터를 분석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둘이 합쳐 하루 300만 배럴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의 하루 생산량이 1억 배럴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두 국가의 증산만으로 공급이 3% 늘어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사우디의 원유 증산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초 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 회원국의 7∼8월 증산 합의를 주도한 바 있다. 당시 산유국 회원들은 계획했던 1일 40만 배럴 생산에서 7~8월에는 1일 64만 배럴씩 증산하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6월만 따지면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 증가분은 기대치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생산량은 하루 1200만 배럴 수준인데 이런 생산량을 기록한 건 최근 수십 년 새 2020년 4월 딱 한 달뿐이었다. 아람코의 최근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0만 배럴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