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분양가, 최대 4% 뛴다...이주비·소송비·건축비 상승 상시 반영

2022-06-21 09:00
국토부, 정비사업 필수비용 등 분양가에 적정 반영키로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분양가에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 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모두 반영되도록 분양가상한제가 개편된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자잿값 상승분을 건축비에 신속하게 반영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기존 분양가에 산정되지 않던 다양한 비용이 분양가에 반영되면 현행보다 1.5~4%의 분양가 인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제1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논의, 확정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는 그동안 신축 주택의 저렴한 공급 등에 기여했지만 정비사업 필수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지 못해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많았다"면서 "특히 최근 공급망 차질, 자재값 상승 등으로 현장의 애로가 가중되고 있어 조속한 제도개선이 필요해 개편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도 개편에 따라 앞으로 분양가에는 그동안 포함되지 않았던 재개발·재건축 추진과정의 필수비용이 대거 반영된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조합원들의 주거이전비 △상가세입자, 현금청산 소유자의 사업장 이전에 따른 영업손실비 △세입자, 현금청산 소유자 등 이주 과정에서 발생한 명도 소송비 △조합원 이주비 △조합 의사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총회개최 소요경비 등이다. 
 
먼저 주거이전비와 영업손실 보상비는 토지보상법상 법정 금액을, 명도소송비는 소송 집행에 소요된 실제 비용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주비는 조합원들의 이주비용 조달을 위한 대출이자로, 대출 계약상의 비용을 반영하되 표준산식으로 상한액을 설정할 예정이다. 재개발·재건축 총회 운영비는 총사업비의 0.3%를 정액으로 반영한다.
 
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비용도 분양가에 적극 반영된다. 국토부는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기본형건축비를 고시하는데, 고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자잿값이 15% 이상 변동되면 건축비를 다시 고시할 수 있다. 때문에 여러 자재값이 동시에 상승하는 현 상황에서는 조정이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토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레미콘, 철근, PHC파일, 동관 등 필수항목 외에도 창호유리, 강화합판 마루, 알루미늄 거푸집 등 사용 빈도가 높고, 건축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항목을 대거 반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단일품목으로 15% 상승 외에도 비중 상위 2개 상승률 합이 15% 이상인 경우 또는 하위 3개 자재 상승률 합이 30% 이상인 경우에는 정기고시 3개월 이내더라도 비정기적으로 인상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번 개편으로 분양가가 1.5~4% 인상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상폭은 재개발 현장이 재건축보다 높다.  

가령 현재 분양가가 3.3㎡(평)당 2360만원으로 책정된 A 재건축 현장의 경우 이번 분양가 개편을 통해 3.3㎡당 1.5% 상승한 2395만원으로 인상된다. 인상분에는 조합원 이주에 따른 금융비 23만원, 총회 등 필수소요경비 3만원 등 정비사업 관련 비용 26만원과 기본형건축비 9만원(철근·레미콘 상승률의 합이 15% 상승 가정)이 포함됐다.

3.3㎡당 분양가가 2440만원으로 책정된 B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이번 조정을 거쳐 3.3㎡당 2495만원으로 약 2.3% 오른다. 재개발은 재건축보다 사업소요기간이 길고, 소송비용이 높아 정비사업 관련비용이 더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인상분에는 주거이전비 1만원, 손실보장비 25만원, 명도소송비 6만원, 이주비 금융비 10만원, 총회 등 필수경비 4만원, 건축비 상승액 9만원 등이 포함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개편으로 인한 체감효과는 사업장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제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그동안 사업시행주체가 마땅히 지출했는데 인정받지 못했던 법적비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비공개로 검증하던 분양가 심사절차도 개선한다. 국토부는 택지비 검증의 객관성,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부동산원 외에도 감정평가사,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택지비 검증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분양가상한제와 별도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도 개편한다. 분양보증 시점 기본형 건축비 상승률이 최근 3년 기본형건축비 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경우 분양가를 일부 가산하는 '자재비 가산제도'도 신규 도입되며, 인근 시세 결정을 위한 비교단지 선정 기준을 기존 '준공 20년 이내'에서 '준공 10년 이내' 단지로 낮추기로 했다.

이번 개편안은 개정 규칙 시행전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민간택지 택지비 검증위원회 신설 등 감정평가 관련 제도 개편은 부동산원 내규 개정이 필요해 이달 내 완료할 예정이다. 제도 개선 후 신규로 적정성 검토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주택 공급에 투입되는 필수 비용이 분양가에 보다 적정하게 반영되고, 분양과 관련한 절차도 신속,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향후 '250만호+알파' 공급계획 등 추진 과정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다각적 개선과제를 발굴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