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윌링스③] 매우 낯선 '어색한' 인수구조 속 '불편한 동거'

2022-06-19 13:41
3자 배정 유상증자 투자자 ≠ 최대주주 지분 인수자

'한 지붕'에 '두 가족'이 사는 경우는 언제일까? 서로 관계가 원활하고 긴밀할 때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통상적으로 이럴 때 '불편한 동거'라는 말을 쓴다. 
 

[출처=윌링스]

기업 인수합병(M&A)에서도 마찬가지다. M&A는 회생기업부터 고속성장기업까지 두루 사용하는 경영 기법이기에 방식이 다양하다. 성장이나 재건을 위해 신규 자금 투입이 필요한 경우는 구주 매출과 신주 발행을 동시에 진행하곤 한다. 최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하는 행위를 '구주 매출',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규 자금을 기업에 조달하는 것을 '신주 발행'이라고 표현한다. 

구주 매출과 신주 발행을 동시에 단행한다면 한 기업이 전부 사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여러 기업이 나눠서 했다면 대부분은 컨소시엄(연합)을 맺은 케이스다. 불편한 동거가 아닌 서로 관계가 긴밀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번 윌링스의 유상증자는 구주 매출과 신주 발행의 투자자가 서로 다르다. 유상증자에는 경우인베스트먼트와 엠엠씨코리아가 참여한다. 이들은 안강순 윌링스 대표의 지분을 인수하는 제이스코홀딩스와는 특수관계인이 아니다.  

유상증자 주체로 나선 경우인베스트먼트는 자본금 1000만원에 자산규모 5억원인 회사로 유상증자 대금인 50억원에 대한 납입 능력에 상당한 물음표가 달린 회사다. 윌링스, 제이스코홀딩스와 마찬가지로 오너리스크도 있다. 경우인베스트먼트는 전직 경찰관들의 법정 단체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와 전혀 관계가 없는 신모씨의 개인회사다. 그는 현재 사기 사건 혐의로 고소·고발돼 마포경찰서 및 서부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어색한 조합은 윌링스의 사정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윌링스는 유상증자를 발표한 이후 납입을 2번 연기했다. 3번의 납입 연기는 거래소로부터 벌점 5점을 받는다. 납입금 감소 비율 역시 20%로 벌점을 받지 않는 한도를 채웠다. 통상적으로도 벌점 5점은 무겁지만, 안강순 윌링스 대표가 소액주주들에게 소송을 당한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간신히 공시위반 벌점 모면하고 3영업일 이후 바로 제이스코홀딩스로 경영권 매각 공시가 난 점 등을 고려할 때 소액주주 소송 및 감독당국 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불편한 동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드라마에서 남녀가 동거를 한다면 처음에는 싸우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갈등이 해소되고 핑크빛 무드로 변한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불편한 동거의 대부분은 별거로 끝난다.

양 사 역시 마찬가지다. 보호예수기간 1년 동안 불편한 동거가 예상된다. 보호예수기간이 지난다면 어떻게 될까? 컨소시엄을 맺지 않는다면 한쪽이 떠나갈 수밖에 없다. 특히 그들의 자금이 사채 등 단기자금이라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구조는 소액주주들에게도 불리하다. 태양광 인버터 제조업체인 윌링스가 NFT 시장에 진출해 1년 내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로 인해 '오버행 우려'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 주체와 3자 배정 유상증자 주체가 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향후 잠재적 갈등 소지가 있기에 선택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예수기간 1년 동안 주가가 빠진다면 경영권이 없는 유상증자 투자자들의 상당한 불만이 예상된다"면서 "이 점을 고려할 때 윌링스의 주가를 부양시키려는 의지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