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 초읽기] 투자자금 유출 우려

2022-06-16 11:00
美 기준금리 인상 속도... 7월에 금리차 벌어질 가능성 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이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국내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할 수 있다. 환율이 오르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게 되는데, 이는 다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겨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美 긴축 속도... 7월 한·미 금리 역전 유력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전후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75%다.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려 0.75~1.00%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1.50~1.75%로 조정돼 상단이 한국의 기준금리와 같아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오는 7월에 열리는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약 4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해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한·미 금리 차이는 역전된다.
 
미 연준이 오는 9월과 11월, 12월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면 연말에 미국 기준금리는 2.75%에서 최대 3.0%까지 오른다. 실제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올해 남은 FOMC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6월에 금통위가 없는 한국은행은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0.25%포인트를 올릴지, 0.50%포인트를 올릴지가 관건이다. 한국은행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빅 스텝을 밟은 적이 없다.
 
미국과 같은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서민들의 이자 상환 부담 증가와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치솟는 물가부터 안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JP모건은 한국은행이 다음 달에 빅 스텝에 나서고 남은 세 번(8·10·11월)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일부 금통위원들은 경제성장률을 포기하더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공급 충격에 기인한 바 크지만, 과거와 달리 국내외 수요 회복세 등으로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가 큰 상황이므로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둔화 비용보다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따른 편익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한두 달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속도가 빠르고 조정 폭이 커질 수 있어, 이에 따른 외환 부문 압력과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제약 가능성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리 역전, 환율 급등·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듯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국내에 있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대거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유동성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면 국내에 유통되는 달러가 그만큼 줄어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하락)할 수 있다. 이미 달러는 미국의 6월 FOMC가 열리기 전부터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연준이 긴축 통화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달러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진 탓이다. 실제로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1원 오른 129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29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290원을 돌파(종가 기준)한 건 2009년 7월 14일(1293원) 이후 13년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증가하면 수입 물가가 올라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이는 다시 한국은행에 대한 기준금리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고, 경기가 침체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이 원·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인 것과 반대로 뉴욕증시에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금리 역전이 우려되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 전망이 미국보다 좋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금리는 경제성장률에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더해져 결정된다. 미국 금리가 더 높다는 건 한국의 경제 성장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뜻이다.

반면, 한·미 금리 역전이 한국 경제에 기대만큼 큰 충격을 입히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았던 사례는 총 세 번이다. IMF 사태 직후인 1999년 6월부터 2001년 2월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았고,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20년 2월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다. 그러나 앞선 두 번의 사례에선 오히려 코스피 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다.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당시에도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이 오히려 유입되기도 했다. 환율이나 경상수지 등에 따라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더라도 반드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에 대한 기대가 형성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이 억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지난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에도 한국과 미국 간 금리가 역전된 사례가 있었지만 대규모 자본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국내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이 유럽, 남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일각에서 우려하는 자본 유출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