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 역전 코앞

2022-06-15 14:58
美 기준금리 인상 속도... 7월에 금리차 벌어질 가능성 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이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국내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게 되는데, 이는 다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겨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전후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75%다. 연준이 14~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 0.75~1.00%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1.50~1.75%로 조정돼 상단이 한국의 기준금리와 같아진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만 올리더라도 금리 차이는 0.25%에 불과하다.

연준은 오는 7월에 열리는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약 4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해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빅 스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한·미 금리 차이는 역전된다.

미 연준이 오는 9월과 11월, 12월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면 연말에 미국 기준금리는 2.75%에서 최대 3.0%까지 오른다. 실제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올해 남은 FOMC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6월에 금통위가 없는 한국은행은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0.25%포인트를 올릴지, 0.50%포인트를 올릴지가 관건이다. 한국은행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빅 스텝을 밟은 적이 없다.

미국과 같은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서민들의 이자 상환 부담 증가와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치솟는 물가부터 안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JP모건은 한국은행이 다음 달에 빅 스텝에 나서고 남은 세 번(8·10·11월)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일부 금통위원들은 경제성장률을 포기하더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공급 충격에 기인한 바 크지만, 과거와 달리 국내외 수요 회복세 등으로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가 큰 상황이므로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둔화 비용보다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따른 편익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한두 달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속도가 빠르고 조정 폭이 커질 수 있어, 이에 따른 외환 부문 압력과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제약 가능성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