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00PF급 슈퍼컴 구축...환갑 맞은 KISTI, 100주년 내다보며 도약한다

2022-06-09 10:12
문헌복사서비스로 사업 시작한 KISTI...국가 지식정보 인프라로 발전
내년엔 현재보다 20배 빠른 슈퍼컴 도입하고, 양자컴 개발도 시도

KISTI 국가슈퍼컴퓨팅센터[사진=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내에도 내년 말 600페타플롭스(PF, 컴퓨터 성능을 측정하는 단위)급 슈퍼컴퓨터가 구축된다. 현재 국가슈퍼컴퓨팅센터에 구축된 '누리온'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기존보다 20배 높은 성능이다. 구축되면 현재 시점에서 전 세계 슈퍼컴퓨터 중 2~3위에 해당하는 성능을 낼 전망이다.

국가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설립 60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발표하고, 100주년을 향한 전략을 소개했다. 지난 1962년 한국과학기술정보센터(KORSTIC)로 시작한 KISTI는 2001년 산업기술정보원(KINITI)과 연구개발정보센터(KORDIC)를 통합하면서 KISTI라는 이름으로 재출범했다.

1962년 설립 당시 업무는 문헌복사서비스로, 연구자에게 논문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1978년 국내 최초 온라인 정보검색을 도입하고, 1985년에는 한글 정보검색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과학기술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1988년에는 1호 슈퍼컴퓨터를 도입하고, 같은 해 국가과학기술연구망(KORNET)을 구축해 국내 거점도시를 연결하는 등 연구개발 협업 기반을 마련했다.

KISTI로 통합한 2001년에는 과학기술정보 관리·유통체계 전담기관으로 지정됐고, 2005년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사이버보안과 점검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사이버안전센터를 개소했다. 또, 같은 해 국가과학기술정보서비스(NTIS) 총괄기관으로 선정돼 범부처 국가 연구개발 정보를 통합·관리·제공하는 기관이 됐다. NTIS의 경우 2012년 UN 공공행정 우수상을 받았으며, 2018년에는 관련 기술을 코스타리카에 전수했다. 

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지식생태계 마련에도 앞장섰다. 2009년 전국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를 발족한 KISTI는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최고경영자가 교류하고 기업에 필요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2021년 12월을 기준으로 ASTI 회원 수는 1만3000여명이다. 또한 2012년부터 전국 ASTI 회원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DX-ASTI 전략도 추진 중이다.

국내 연구자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지속해왔다. 2018년에는 당시 세계 11위 수준의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을 구축했으며, 국내 연구자에게 인프라를 제공하며 과학기술연구 환경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지식인프라(ScienceON),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DataON), 국가오픈액세스플랫폼(AccessON)을 잇달아 구축해 과학기술분야 데이터 플랫폼 체계를 강화해왔다.

◆'환갑' 맞은 KISTI, 데이터 기반으로 국가현안 해결한다

현재 KISTI는 국가과학기술데이터본부, 국가슈퍼컴퓨팅본부, 데이터분석본부, 과학기술디지털융합본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KISTI는 각 본부의 역량을 살리고, 과학기술분야 지식자원과 AI 연계·융합연구 지원기반 마련,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구축, 정보서비스 클라우드 전환 등으로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홍수로 인한 침수 대처, 미세먼지 저감. 대중교통 최적화, 식량안보 차원의 미래농업 데이터팜, 글로벌 공급망 모니터링 등 국가가 마주한 각종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우선 국가슈퍼컴퓨팅본부는 내년 말까지 3099억원(예타조사 중)을 투입해 600PF급 슈퍼컴퓨터 6호기를 도입하고, 슈퍼컴퓨터 인프라가 필요한 연구개발 분야나 인공지능 연구를 위해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구축된 슈퍼컴퓨터 5호기는 지난 2018년 도입한 것으로, 교체 주기에 맞춰 최신 사양의 기종으로 교체를 추진한다.

컴퓨팅 성능이 강화되면 시뮬레이션 등 컴퓨터 기반 연구속도 역시 빨라지며, 기존에는 불가능한 대형 연구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개발한 망원경은 목성의 위성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 망원경은 수십억광년 떨어진 천체를 발견할 수 있는 전파망원경으로 발전했다. 컴퓨터 역시 이와 같은 이치다.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도 5년 주기로 새로운 사양을 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식 KISTI 국가슈퍼컴퓨터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5년만 지나도 컴퓨팅 성능은 70~80배 빨라진다. 이전과 같은 비용으로도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반면 구형 제품은 소모하는 전력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KISTI가 구축한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사진=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현재 사용 중인 5호기 누리온 역시 도입 당시에는 전 세계 11위 수준의 성능이었으나, 올해 6월 발표된 탑500(Top500,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에서 42위를 기록하며 순위가 하락했다. 당시에는 성능이 가장 우수한 인텔 제온 기반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탑500에서는 AMD 에픽 시스템이 우수한 성능을 내고 있으며, 엔비디아나 인텔 역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합한 시스템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도입 시점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갖춘 조합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이밖에 국내 기술로 엑사플롭스급 성능을 내는 슈퍼컴퓨터 개발에도 착수한다. 프로세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도입할 계획으로, 국제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한 컴퓨팅 자원 확보가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자체 기술력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양자컴퓨터 분야 역시 이달부터 울산과학기술원, 성균관대학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기술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국가과학기술데이터본부는 데이터 공유를 위한 생태계를 확장하고, 누구나 쉽게 지식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며 글로벌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오픈사이언스 생태계를 만들어 산업발전에 기여한다는 전략이다.

데이터분석본부도 기업 지원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고, 기술사업화나 인프라가 필요한 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대응한다. AI를 기반으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산업 환경, 예를 들면 국제정세 불안정으로 인한 자원 공급 중단 등에 대응해 기업 디지털 전환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과학기술디지털융합본부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이버보안에 AI 기술을 도입해 관제 및 대응을 자동화하고, 다부처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또한 2025년까지 KISTI의 연구정보서비스를 완전히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접근성도 높일 계획이다. 미세먼지, 홍수로 인한 침수 등 사회 현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지자체에 솔루션을 제공해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등 연구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재수 KISTI 원장은 "한국은 60이라는 나이에 큰 의미를 둔다. 환갑은 인생을 한 바퀴 돌아봤다는 의미다. KISTI는 지금까지 데이터 전문연구기관으로 살아왔다. 제2의 인생을, 연구를 시작하는 KISTI를 많이 응원해주길 바란다"며 "그간 KISTI는 산업 발전에 감초 역할을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원히 조연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100주년을 바라보는 시기에 국가 현안이나 국민 행복 추구와 관련한 문제 해결에 우리가 가진 인프라와 능력을 활용해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방향성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