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나라수마나라' 김성윤 감독이 만든 환상 동화

2022-05-21 00:00

넷플릭스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의 김성윤 감독.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안나라수마나라'(감독 김성윤)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뮤직 드라마다. '이태원 클라쓰' 김성윤 감독이 하일권 작가의 인기 동명 웹툰 원작을 영상화해 웹툰 팬과 드라마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이다.

김성윤 감독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들의 고민과 성장을 '환상 동화'로 풀어내며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완성해냈다. 그의 도전에 전 세계 시청자들은 빠른 속도로 응답했고 지난 9일 공개 후 이틀 만에 글로벌 4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들은 김 감독의 '마술'에 빠져들고 있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는 제게도 새로운 경험이죠. 그동안 드라마를 찍을 때는 실시간으로 반응이 오고 피드백을 받아왔으니까요. 그런데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은 실제로 반응이 있는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 제 주변 사람들이나 넷플릭스 식구들이 알려주는 정도가 다예요."

'안나라수마나라'는 김성윤 감독이 오랜 시간 공들인 작품이다. 10여년 전부터 '안나라수마나라'의 영상화에 힘썼던 그는 누구보다 작품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품고 있었고 원작 팬들의 우려 또한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오랜 시간 웹툰이 가진 특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영상화할 방법을 고민했고 '뮤직 드라마'라는 새 장르로 해법을 찾았다. 독백을 노랫말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무대적 연출로 치환하며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만의 방법을 찾아간 것이다.

"만약 '안나라수마나라'가 뮤지컬 드라마를 지향했다면 '위대한 쇼맨'이나 '라라랜드' 같은 연출을 했을 거예요. 신나는 노래를 넣고 춤추는 군무신도 넣으면서요. 하지만 '안나라수나마라' 속에서 노래가 필요했던 건 극 중 인물들의 독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어요. '아이'의 감정선을 시청자에게 전달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이기 때문에 음악 드라마로 결정한 거죠. '음악 드라마를 잘 만들어보겠다'라는 욕심 같은 건 없었어요. 판타지를 극대화하고 인물의 내면과 독백을 위한 장치로 썼기 때문에 참고(레퍼런스)는 따로 가지지 않았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 [사진=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의 원작 팬들은 드라마의 환상적인 비주얼에도 감탄했다. 웹툰 속 아름답고 몽환적인 그림체와 분위기를 영상으로 그대로 구현해낸 것.

"판권을 사고 하일권 작가와 회의를 많이 했어요. 이미 웹툰 자체가 영상처럼 연출되어 있다 보니 이걸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하느냐가 중요했죠. 극 중 마술은 '아이'에게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중요한 요소인데 이를 어떻게 드라마에 어울리도록 구현하느냐를 고민했던 거 같아요.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야 하는 방법을요. 마술과 판타지적인 요소가 등장하지만, 우리 드라마에 등장하는 학교가 호그와트는 아니잖아요? 톤앤매너도 중요하고 판타지가 나올 때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죠. 제겐 큰 숙제였어요."

김성윤 감독은 전작 '이태원 클라쓰'에 이어 '안나라수마나라'까지 두 편 연속 웹툰 원작을 드라마화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시기가 그렇게 됐다"라며 의도한 바가 있거나 웹툰 원작을 선호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안나마라수마나라'는 10년 전부터 제작하려고 해왔던 거였고, '이태원 클라쓰'는 연출 제안을 받은 작품이에요. 공교롭게 연속으로 보여드리게 되었네요. 전작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웹툰 캐릭터를 그대로 구현하는 게 어렵다는 판단이에요. 배우가 캐릭터의 옷을 입으면 배우의 색이 나오고 그에 따른 캐릭터가 가공되기 마련이거든요. 지창욱, 황인엽이 원작의 느낌을 가져간다고 했을 때도 그들에게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고 많이 물었어요. 작가님, 저, 배우의 견해차가 크게 없다면 이런저런 옷을 입혀보고 매력적인 부분을 살려서 가는 거죠. 한 번에 완성되는 건 없어요. 배우의 장점이 드러나는 순간 캐릭터는 더욱 입체화되는 거 같아요."

김 감독은 계속해서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할 때 제작진과 배우들의 고민이 담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이태원 클라쓰' 때도 그랬어요. 김다미씨가 '조이서' 역을 맡았을 때 엄청나게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어울리지 않는데 왜 저를 캐스팅하셨느냐'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웹툰 속 캐릭터와 이미지가 닮아서 캐스팅하는 게 저의 원칙은 아니에요. 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죠. 물론 '박새로이'(박서준 분)처럼 그를 상징하는 시그니처인 헤어스타일 같은 건 바꿀 수 없겠지만 원작 속 캐릭터가 긴 머리라고 꼭 그를 따라가는 건 아니에요. 배우와 캐릭터가 연결된 게 있다면 거기에 집중해야죠."

넷플릭스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 [사진=넷플릭스]

'안나라수나마라'는 연기를 하면서 동시에 노래를 소화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지창욱은 뮤지컬 경험이 있었지만, 최성은, 황인엽은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는 경험이 없었던 바.

"'안나라수마나라'는 '아이'가 극을 이끌어야 하므로 최성은의 역할이 중요했어요. 이렇게 처연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젊은 배우가 누가 있을까? 캐스팅하기 정말 어려웠죠. 연기력과 분위기 등 모든 걸 고려해서 최성은씨를 캐스팅했는데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더라고요. 그런데도 (최성은이) 악바리인 편이라 악착같이 연습해왔어요. 물론 실력이 대단히 늘지는 않더라고요. 자괴감을 느끼기에 '내가 음악 드라마를 만들려고 했다면 널 캐스팅하지 않았을 거다. 가수 출신이나 뮤지컬 배우를 캐스팅했겠지. 너를 캐스팅한 건 이유가 있다. 눈빛, 표정, 근육의 움직임으로 진심이 느껴지게 하면 된다'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배우들이 정말 어려워하고 스트레스받아 했었어요.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니까요. 때마다 '노래를 잘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고 감정을 놓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어요."

김성윤 감독은 실제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곁들이기도 했다. 그는 할머니가 '연분홍 치마'를 부를 때면 가슴 깊이 슬픔이 느껴진다며 "노래를 잘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담백하기 때문에 더욱 감정이 잘 전달된다"라고 거들었다.

"제가 독백을 음악으로 치환한 이유예요. 그 사람의 감정이 전달되면 그걸로 된 거예요. 노래를 잘할 필요가 없었어요. 인물들의 감정을 놓치지 않으면서 그대로 전달해주길 바란 거예요."

결말에 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김 감독은 시청자들이 내놓는 다양한 해석에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리을'이 어딘가에서 또 '마술을 믿느냐'라고 물어보고 다닐 수도 있겠죠. 사실 저는 열린 결말을 싫어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안나라수마나라'는 지금과 같은 결말이 어울린다고 봤고 여운이 남는 게 좋다고 판단했어요. 그 장면이 마술을 믿지 않는 '아이'가 마술을 통해 '리을'을 위기에서 구출하는 거니까요. 드라마의 절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장면은 CG로 연출하지 않았어요. 배우들이 참 부담스러워했지만 잘해주었어요. CG로 연출하지 않아서 그에 따른 감동이 또 있는 거 같아요."

넷플릭스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의 김성윤 감독. [사진=넷플릭스]

드라마가 끝난 뒤 이어지는 커튼콜 장면은 '안나라수마나라'의 백미다. 마치 실제 뮤지컬을 보듯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에게 박수를 치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묘한 감동은 선사한다.

"저는 조금 당황스럽더라고요. 실은 팬서비스 개념으로 만든 거였거든요. 제작비가 부족하면 안 찍으려고 했었어요. 엔딩이 이미 있는데 굳이 찍을 필요가 없던 거였죠. 시나리오에도 '다 같이 춤을 춘다' 한 줄 뿐이었거든요. 드라마 공개 후 커튼콜이 반응이 정말 좋아서 '왜 이렇게 다들 좋아해 주실까?' 의아하더라고요. 마지막까지 배우들이 감정을 잘 쌓아서 결말을 내놓았는데 이 여운이 깨지면 어떡하나 생각했었거든요. 오프닝도 음악으로 열었으니 클로징도 음악으로 닫는 게 어울리겠다고 생각하고 우리끼리 축제 개념으로 커튼콜을 썼는데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 줄은…. 하하하."

김 감독은 커튼콜 장면이 팬들의 '바람'을 담은 게 아닐까 짐작하기도 했다.

"이들의 마지막이 궁금하잖아요. 커튼콜 장면으로 조금 위로를 얻으신 게 아닐까요? 다 같이 손잡고 노래하는 모습이 행복한 느낌을 주니까요. 드라마가 슬픈 듯 여운을 남겼는데 커튼콜로 하여금 기쁜 느낌을 안겨준 게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여러모로 '안나라수마나라'는 제게도 궁금증과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