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친코' 김민하 "전 세계 여성, 엄마, 딸로…책임감 컸다"

2022-04-20 05:31

'파친코' 선자 역의 배우 김민하[사진=애플TV+]

애플TV+ 제작 드라마 '파친코'는 아주 강렬하게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금지된 사랑으로 시작돼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이 작품은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1900년대 초 한국을 배경으로 역경과 고난 속 일본에서 살아남게 된 강인한 여성 '선자'(김민하, 윤여정)와 그의 손자 '솔로몬'(진하 분)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시대의 아픔과 역사를 세심하게 짚어냈다.

생존과 번영을 향한 불굴의 의지로 고국을 떠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 '파친코'는 지난 3월 25일 공개돼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를 기록하는 등 해외 유수 매체들에 호평을 얻고 있는 상황.

이런 돌풍 속에는 젊은 시절의 '선자'를 연기한 배우 김민하가 있었다. 그는 말갛고 해사한 얼굴 그리고 그 너머의 또렷하게 빛나는 눈동자로 '선자'의 의지를 담아냈다. 그의 얼굴, 숨, 눈짓은 마치 문학 같아서 이따금 원작의 어느 페이지를 열어 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주경제는 '파친코'의 주인공 김민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 합류 과정부터, '선자'의 뒷이야기에 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다음은 김민하의 일문일답

파친코 포스터[사진=애플TV+]


'파친코'의 오디션은 어땠나. 국내 오디션과는 다른 방식이라고 하던데
- 여러 차례 오디션을 거쳤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다. 그들이 저와 '선자'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하는 거 같았다. 은연중에 제가 '선자'에게 스며들려고 하는 건지, '선자'와 제가 닮은 점이 많은 건지 모르겠더라. 그런 대화가 즐겁고 재밌었다. 그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고 많이 배운 자리기도 했다.

원작에 충실하게 영도 사투리를 구현했다. 시대에 철저하게 고증해냈는데
-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건 부산 사투리인데 영도 사투리는 조금 낯설더라. 개인적으로 사투리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계셨고 친구들과도 대화를 많이 나눴다. 많이 묻고, 대화하고, 쓰려고 했다.

'파친코'는 4대에 걸친 이민자들의 삶을 그려냈는데. 책임감이나 부담감도 느꼈을 법하다
- 제가 부담감을 느낀 부분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성, 엄마, 딸, 누군가의 연인으로서 깊은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부담보다는 책임감이 느껴지더라. 계속 '선자'로서 존재하려고 했고,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순간순간 녹아들어 살아있으려고 했다.

재일교포의 역사에 관해 세심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에 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 솔직히 '파친코'를 보기 전까지는 잘 몰랐다. '파친코'를 읽고 난 뒤 재일교포의 삶에 관해 알게 되었고 우연히 그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실제로도 그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파친코'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진하 [사진=애플TV+]


잘 모르는 시대를 연기하는 건 어떤 일인가?
- 그 시대를 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다를 텐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질문을 계속해서 해왔다. 저는 외할머니께서 이 시절을 직접 겪으신 분이셔서 실제로 여쭤보고 많은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께서 당시 느꼈던 감정, 생각, 실제 경험을 들으며 작품과 역할을 준비해나갔다. 원작 속 재일 교포들의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라서 (실제 재일 교포 배우들에게) 물어봤더니 사실이라고 하더라. 왜곡된 것이나 과장된 것이 전혀 없다고 하여 또 한 번 충격 받았다.

'선자' 역할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나?
- '선자'를 계속 이해하려고 했다. '선자'처럼 지내면서,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선자라면 어떤 감정일까?' 생각하고 집중하려고 했다. 감독님께서 디렉션을 주신 건 장면 안에서 존재하고, 숨 쉬라는 말이었다. 감독님들의 공통적인 지시였다. 섬세하고 자세한 지시보다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었고 바르게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

'선자'는 유난히 감정 소모 신이 많았다
- 장면마다 울고 소리치는 장면이었다. 울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그 순간에는 집중하느라 (힘든 줄) 잘 모른다. 다행히 힘든 장면만 있든 게 아니라 행복한 장면도 있어서 균형이 잘 맞춰진 거 같다. 제가 제일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장면은 선자의 엄마 '양진'과의 호흡이었다. '양진'과의 장면은 대부분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났다.

'파친코' 김민하[사진=애플TV+]


이민호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 정말 편했다. 이민호 선배님께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항상 의지했고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 선배님이 한수 역으로 캐스팅되었다고 했을 때 납득이 가더라.

'파친코'의 흥행성이 어마어마하다. 배우로서 어떤가?
- 작품성만 보더라도 자부심이 생기는 이야기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

이번 작품으로 얻게 된 점들은 무엇인가?
-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다. 귀로만 듣는 게 아닌 마음으로 듣는 방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