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KZ 재찬 "운명처럼 만난 '시맨틱 에러'… 제겐 자신감 찾는 과정이었죠"

2022-04-08 00:00
데뷔 3년간 음반 내고 웹드라마 찍었지만 미래 불안
아이돌·신예 배우로 BL 도전… 팬들 응원에 감사
'사랑도둑'으로 DKZ 활동 재개…성숙함 보여줄 것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로 큰 사랑을 받은 DKZ 재찬. [사진=동요엔터테인먼트]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시맨틱 에러'(감독 김수정)는 컴공과 '상우'(박재찬 분)와 디자인과 '재영'(박서함 분)의 캠퍼스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저수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웹툰, 애니메이션까지 영역을 확장해 BL(보이즈 러브, 남성 캐릭터 간 연애를 다룬 장르물)계 슈퍼 IP(지식재산권)로 불린다.

원작이 웹툰, 애니메이션, 드라마로 제작될 때마다 팬들은 우려를 표현해왔다. 새 매체가 원작의 매력을 잘 살려낼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컸던 거다. 특히 '시맨틱 에러'의 드라마화가 결정되었을 때는 우려를 넘어 불만의 목소리까지 들렸다. 국내 BL 드라마의 입지나 완성도를 생각해본다면 이들의 반응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팬들의 불신 속에 드라마 '시맨틱 에러'가 공개됐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시맨틱 에러'는 왓챠의 '효자 콘텐츠'가 됐다. '물밑' 장르로 치부되었던 BL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신드롬의 중심에는 그룹 DKZ 구성원이자 배우인 재찬이 있었다.

재찬은 2019년 아이돌 그룹 동키즈(현재는 DKZ로 활동하고 있으며 구성원 변경이 있었다)로 데뷔해 웹드라마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누군가는 그에게 '벼락스타'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가 꾸준하고 성실하게 음악·연기 활동에 임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인기는 단순한 '반짝임'에 그쳤을 거다. '기회'는 모두에게 찾아올 수 있어도 그것을 제 것으로 만드는 건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아주경제는 드라마 '시맨틱 에러' 촬영을 마치고 그룹 DKZ 새 음반을 준비 중인 재찬과 만나 인터뷰했다. 가수 겸 배우로서 고민과 나아갈 방향 그리고 그가 꿈꾸는 미래의 이야기를 또박또박 전하는 모습이 어딘지 '상우'와 닮아 보였다.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로 큰 사랑을 받은 DKZ 재찬. [사진=동요엔터테인먼트]

"BL 드라마를 찍는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막상 공개되고 보니 무겁지 않아서 (친구들도) 편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재밌다'고 해줘서 한시름 놓았죠."

아이돌이자 신예 배우에게 BL 장르는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면 장르에 갇히거나 소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디션을 앞두고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는데 감정선이 상당히 깊더라고요. '이걸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그런 제게 감독님은 '소설보다 웹툰을 참고하라'고 하셨고요. 웹툰은 이틀 만에 다 읽었어요. 작품의 정서나 캐릭터의 성격 등이 확 와닿더라고요. (소설과) 달리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재찬은 오디션을 통해 '시맨틱 에러'의 '상우' 역을 따냈다. 제작진은 '재영'과 '상우' 역을 모두 준비하라고 했으나 재찬은 '상우' 역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소설도 읽고, 웹툰도 봤는데 '재영'이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하. '재영'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우'에게 집중하자고 생각했죠."

예상은 적중했다. 김수정 감독은 오디션 현장에서 맞닥뜨린 재찬을 보며 '상우'를 떠올렸다. 또박또박 캐릭터에 관해 설명하고 자신만의 소신을 밝히는 모습이 '상우' 그 자체였다고.

"오디션이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1시간 30분으로 늘어났어요. '캐스팅됐구나' 하는 생각보다는 '(캐스팅하기) 조금 애매하신가?' 싶었어요."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 중 한 장면. [사진=왓챠]


재찬은 '상우'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상우'는 무뚝뚝하고 감정 기복이 없는 인물이에요. 저랑 닮았죠. 연기할 때도 (캐릭터가) 멀지 않게 느껴졌어요."

작품 활동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건만 재찬은 '시맨틱 에러'를 떠나보내며 섭섭한 마음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시맨틱 에러'를 찍을 무렵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었어요.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고 미래에 관한 불안감도 느끼고 있었죠. 그러다가 운명처럼 '시맨틱 에러'를 만나게 됐고 (박)서함 형과 감독님, 제작진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많이 위로받았어요. 서함 형은 제게 은인이거든요. 형을 연결해준 게 '시맨틱 에러'니까 훨씬 더 애정이 크죠."

'운명'을 믿는다는 재찬은 '시맨틱 에러'와 박서함은 결국 자신과 만나게 될 '인연'이었다며 해사하게 웃었다.

재찬의 말대로 두 사람의 인연은 꽤 오래전 시작됐다. 그룹 크나큰 출신인 박서함은 과거 음악 방송에서 후배 그룹인 동키즈와 만났고 시간이 흐른 뒤 '시맨틱 에러'에서 연인 호흡을 맞추게 됐다.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로 같은 고민,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졌고 '평생 친구'가 되기로 약속까지 했다.

"둘 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시맨틱 에러'를 찍으면서 서로에게 의지했죠. 자존감이 낮아지고 흔들릴 때마다 서로 북돋아 주고 응원해 줬어요. 형과 저는 성격이 정말 잘 맞아요. 생각하는 것이나 취미, 목표로 삼고 있는 지향점도 닮았죠. 형이 연예계 선배니까 많이 물어보고 또 배우려고 해요."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로 큰 사랑을 받은 DKZ 재찬. [사진=동요엔터테인먼트]


그는 '시맨틱 에러'가 자신감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동키즈로 활동하는 3년 동안 자신에게 기대감이 사라졌다고 털어놓으며 "'시맨틱 에러'로 한번 더 힘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찾았다"고 말했다. 팬들의 사랑과 응원 덕이었다.

"'시맨틱 에러' 이후 자신감을 찾았어요. 데뷔 후 3년 동안 음반도 내고 웹드라마도 찍으면서 계속해서 활동해왔지만 저 스스로 자신이 없었어요. 기대할 게 없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자존감도 떨어지고 흔들릴 때 '시맨틱 에러'와 (박)서함 형을 만났고 팬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자신감을 찾게 되었어요."

연기에도 조금씩 욕심이 생기고 있다는 재찬은 다양한 배역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맨틱 에러' 상우처럼 모범생이거나 성격이 차분한 인물들을 연기했다면 앞으로는 활발하고 유머러스한 배역이나 악역에도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교 1등, 모범생 같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어요. '시맨틱 에러' 상우도 그렇고요. 그러다 보니 아주 활발한 캐릭터나 악역 같은 강한 성격의 캐릭터도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특히 악역 중에서도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그 인물이 왜 그렇게 변했을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연구해보는 과정도 궁금해요."

'시맨틱 에러'를 무사히 마친 재찬은 이제 '본업'인 아이돌 그룹으로 돌아간다. 동키즈는 DKZ로 새롭게 그룹명을 변경하고 그룹 구성원 또한 변화를 맞았다. 리더였던 원대가 떠나고 문익은 건강상 이유로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다. 재찬은 기존 구성원인 경윤, 종형과 새로 합류한 세현, 민규, 기석과 6번째 싱글 음반 '체이스 에피소드.2 마음(CHASE EPISODE 2. MAUM)'의 주제곡 '사랑도둑(큐피드·Cupid)'으로 활동한다.

그룹 DKZ가 오는 12일 가요계에 복귀한다. [사진=동요엔터테인먼트]

"데뷔 때부터 정말 열심히 해왔거든요. 지금은 드라마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동안 열심히 해왔던 것들이 쌓여서 드라마를 넘어 DKZ까지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해나갈 거예요."

무대 위 악동 '놈'과 '고스트버스터즈'를 콘셉트로 한 '블록버스터', 레트로한 '피버', 관능적인 '뤼팽', 청량한 '유니버스' 등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했던 DKZ인 만큼 이번 음반 콘셉트에 관한 궁금증도 컸다. 재찬은 개인적으로는 '뤼팽' '아름다워' 같은 성숙한 곡들이 취향에 맞았고 소화 능력도 좋았다면서, 이번 '사랑도둑'은 청량하면서 성숙해진 DKZ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멋있는 콘셉트든, 귀여운 콘셉트든 무대 위에서 '놀 줄 아는 아이들'이 DKZ의 정체성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콘셉트는 '뤼팽'과 '아름다워'예요. 다크한 콘셉트가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또 그 음반을 기점으로 관객들과 만나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이번 활동에서는 팬들과 자주 만났으면 해요. 성숙해진 청량함을 보여드릴 거예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 
 

DKZ 재찬과 함께한 문화수다방 젠터뷰 바로 보기[사진=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