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 "'뜨거운 피', 성장통 겪게 한 작품"
2022-04-01 00:01
정우는 '캐릭터'의 매력을 120%로 끌어올리는 능력을 가진 배우다. 어떤 역할이든 인간적이고 주변에서 만나 볼 법한 인물로 그려낸다. 배우 정우의 장기이자 무기다.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도 그렇다. 1993년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을 배경으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작품에서 정우는 호텔 '만리장'을 운영하는 '손영감'(김갑수 분)의 수족이자 '구암'의 실세인 '희수'를 연기했다.
이번 작품에도 정우의 장기는 빛났다. 그는 '희수'를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나 볼 법한 인물로 그려내고 그의 심정으로 작품을 읽을 수 있게끔 만든다. '뜨거운 피'를 더욱 치열하고 열렬하게 느껴지게 한 것도 그의 공이었다.
아주경제는 영화 '뜨거운 피' 주연 배우 정우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에 관한 애정은 물론 연기에 관한 깊은 고민까지 함께 느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정우의 일문일답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땠나?
- 큰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니 '아, 저 장면이 저렇게 만들어졌구나' 싶고 감회가 새롭더라. 연기했던 공간과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만감이 교차됐다.
영화 '바람'에서 호흡을 맞췄던 지승현, 이유준과 다시 만나게 됐는데
- 같이 호흡을 맞췄던 이들과 다시 만난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촬영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받았고 그 덕에 시너지를 얻었던 것 같다.
그동안 또래 배우들과 작업을 해왔다면, '뜨거운 피'의 경우 선배들과 호흡 맞추는 장면이 많았는데
- '히말라야'에서도 선배님들과 연기해 보긴 했지만 '뜨거운 피'처럼 많은 분과 만난 건 아니었다. (지)승현이, (이)홍내를 제외하고는 거의 10살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선배들과 연기했다. 솔직히 마냥 편한 건 아니었다. 그게 당연한 거고. 그런데 참 희한한 게 (편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선배들이 주는 안정감과 신뢰가 있었나보다
- 그런 것 같다. 특히 김해곤 선배님과의 호흡은 제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과거에는 감독과 배우 사이로 만났었는데 이제 배우 대 배우로 만나게 된 것 아닌가. 그게 또 새로운 긴장감을 주더라. 새로웠고 긍정적이었으며 즐거운 경험이었다. 예전에는 호랑이 감독님 같은 느낌이었는데 '뜨거운 피'에서는 정말 편한 선배님으로 느껴졌다. 영광이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기 때문에 정우의 전작을 떠올릴까 봐 우려되지는 않았나? 그 우려를 지워가는 작업이 궁금하다
- 저는 사실 부산을 배경으로 하거나,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참 좋다. 또 작품들의 톤앤매너가 완전 다르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없었다. 기존에 제가 보여드린 캐릭터들과 '희수'가 보여주는 에너지는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제가 잘 아는 배경, 사투리를 쓰면서 (캐릭터의) 뉘앙스를 빨리 파악할 수 있으니까 해석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간결해진다. 힘이 되는 부분이다. 우려를 지운다기보다는 저의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투리를 쓰고 안 쓰고를 떠나서 캐릭터의 에너지, 이미지를 보여드리면 제게서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전작 '이웃사촌'도 사투리를 쓰는데 그 작품과는 또 결이 완전히 다르니까! 두 작품 모두 봐주시면 좋겠다(웃음).
언제나 계산 없이, 진심으로 연기해야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희수'는 어땠나?
- '희수'도 그렇다. 이 작품이 잘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매 작품 절실한 마음으로 쏟아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 구역의 미친X '멘탈코치 제갈길' 같은 작품들은 절실함을 가지고 너무 애쓰다 보면 보는 분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밝고 유쾌한 작품들은 저도 편안하게 놀 듯이 찍는다. 다만 '재심' '이웃사촌' '뜨거운 피' 같은 작품은 다 쏟아내고 매달려야 한다. 스타일이 다른 거지 마음가짐은 언제나 똑같다.
'희수'의 20대부터 40대를 모두 연기해야 했다. 이제 40대에 접어들면서 인물의 깊이, 차이를 잘 표현하게 된 것 같다
-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저를 돌아보면 20대 정우는 앞만 보고 달렸다. 물불 가리지 않았다. 그 시기에만 겪을 수 있는 일이다. 8~9년 가까이 영화에 집중하면서 다작보다 1년에 한 작품씩 몰두하면서 했다. 신중하게 걸어 나가려고 한 거다. 분명 제 선택에 명과 암은 있었다. 30대 막바지에 '뜨거운 피'를 만났고 잘 해내고 싶어서 치열하게 찍었다. 30대를 지나 40대를 맞으면서 앞만 보고 달리기에는 이제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다. 20대 때는 내 연기만 잘하면 됐는데 지금은 연기 외적으로 주연 배우로서 해야 할 일들이 보인다. 투자사, 제작사의 고민이나 감독님의 고민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작품을 대하는 자세도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뜨거운 피'는 어찌 보면 제게 성장통을 겪게 해준 작품 같기도 하다.
정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언제나 사람 냄새가 난다. '희수'의 인간적인 매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점이 있다면?
-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던 부분도 있었다. 제가 조직에 몸담아 본 것도 아니고, 살인해 본 것도 아니니까.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감정, 행동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저 무작정 대본을 볼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도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대본 속에서 나름대로 답을 찾아가야 했다.
실제 정우의 모습을 할애하기도 하나?
- 제가 가진 '온도' 때문에 캐릭터가 변하기도 한다. 제작진이 말하기를 원래 '희수'는 지금보다 더 차가운 캐릭터였다고 하더라. 나를 만나면서 뜨거워졌고 제목 그대로 '뜨거운 피'가 되었다고 했다. 물론 제가 촬영 중간마다 많이 힘들어하고 애쓰는 것처럼 보이니 격려차 해주신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말을 들으며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었다.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도 그렇다. 1993년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을 배경으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작품에서 정우는 호텔 '만리장'을 운영하는 '손영감'(김갑수 분)의 수족이자 '구암'의 실세인 '희수'를 연기했다.
이번 작품에도 정우의 장기는 빛났다. 그는 '희수'를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나 볼 법한 인물로 그려내고 그의 심정으로 작품을 읽을 수 있게끔 만든다. '뜨거운 피'를 더욱 치열하고 열렬하게 느껴지게 한 것도 그의 공이었다.
아주경제는 영화 '뜨거운 피' 주연 배우 정우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에 관한 애정은 물론 연기에 관한 깊은 고민까지 함께 느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정우의 일문일답
- 큰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니 '아, 저 장면이 저렇게 만들어졌구나' 싶고 감회가 새롭더라. 연기했던 공간과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만감이 교차됐다.
영화 '바람'에서 호흡을 맞췄던 지승현, 이유준과 다시 만나게 됐는데
그동안 또래 배우들과 작업을 해왔다면, '뜨거운 피'의 경우 선배들과 호흡 맞추는 장면이 많았는데
- '히말라야'에서도 선배님들과 연기해 보긴 했지만 '뜨거운 피'처럼 많은 분과 만난 건 아니었다. (지)승현이, (이)홍내를 제외하고는 거의 10살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선배들과 연기했다. 솔직히 마냥 편한 건 아니었다. 그게 당연한 거고. 그런데 참 희한한 게 (편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선배들이 주는 안정감과 신뢰가 있었나보다
- 그런 것 같다. 특히 김해곤 선배님과의 호흡은 제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과거에는 감독과 배우 사이로 만났었는데 이제 배우 대 배우로 만나게 된 것 아닌가. 그게 또 새로운 긴장감을 주더라. 새로웠고 긍정적이었으며 즐거운 경험이었다. 예전에는 호랑이 감독님 같은 느낌이었는데 '뜨거운 피'에서는 정말 편한 선배님으로 느껴졌다. 영광이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기 때문에 정우의 전작을 떠올릴까 봐 우려되지는 않았나? 그 우려를 지워가는 작업이 궁금하다
- 저는 사실 부산을 배경으로 하거나,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참 좋다. 또 작품들의 톤앤매너가 완전 다르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없었다. 기존에 제가 보여드린 캐릭터들과 '희수'가 보여주는 에너지는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제가 잘 아는 배경, 사투리를 쓰면서 (캐릭터의) 뉘앙스를 빨리 파악할 수 있으니까 해석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간결해진다. 힘이 되는 부분이다. 우려를 지운다기보다는 저의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투리를 쓰고 안 쓰고를 떠나서 캐릭터의 에너지, 이미지를 보여드리면 제게서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전작 '이웃사촌'도 사투리를 쓰는데 그 작품과는 또 결이 완전히 다르니까! 두 작품 모두 봐주시면 좋겠다(웃음).
- '희수'도 그렇다. 이 작품이 잘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매 작품 절실한 마음으로 쏟아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 구역의 미친X '멘탈코치 제갈길' 같은 작품들은 절실함을 가지고 너무 애쓰다 보면 보는 분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밝고 유쾌한 작품들은 저도 편안하게 놀 듯이 찍는다. 다만 '재심' '이웃사촌' '뜨거운 피' 같은 작품은 다 쏟아내고 매달려야 한다. 스타일이 다른 거지 마음가짐은 언제나 똑같다.
'희수'의 20대부터 40대를 모두 연기해야 했다. 이제 40대에 접어들면서 인물의 깊이, 차이를 잘 표현하게 된 것 같다
-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저를 돌아보면 20대 정우는 앞만 보고 달렸다. 물불 가리지 않았다. 그 시기에만 겪을 수 있는 일이다. 8~9년 가까이 영화에 집중하면서 다작보다 1년에 한 작품씩 몰두하면서 했다. 신중하게 걸어 나가려고 한 거다. 분명 제 선택에 명과 암은 있었다. 30대 막바지에 '뜨거운 피'를 만났고 잘 해내고 싶어서 치열하게 찍었다. 30대를 지나 40대를 맞으면서 앞만 보고 달리기에는 이제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다. 20대 때는 내 연기만 잘하면 됐는데 지금은 연기 외적으로 주연 배우로서 해야 할 일들이 보인다. 투자사, 제작사의 고민이나 감독님의 고민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작품을 대하는 자세도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뜨거운 피'는 어찌 보면 제게 성장통을 겪게 해준 작품 같기도 하다.
-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던 부분도 있었다. 제가 조직에 몸담아 본 것도 아니고, 살인해 본 것도 아니니까.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감정, 행동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저 무작정 대본을 볼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도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대본 속에서 나름대로 답을 찾아가야 했다.
실제 정우의 모습을 할애하기도 하나?
- 제가 가진 '온도' 때문에 캐릭터가 변하기도 한다. 제작진이 말하기를 원래 '희수'는 지금보다 더 차가운 캐릭터였다고 하더라. 나를 만나면서 뜨거워졌고 제목 그대로 '뜨거운 피'가 되었다고 했다. 물론 제가 촬영 중간마다 많이 힘들어하고 애쓰는 것처럼 보이니 격려차 해주신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말을 들으며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