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대, 문제는 경제다] 한국, 바이든 공급망 협력 기회 최대한 활용해라

2022-05-19 14:59
해외 전문가 제언

공급망 혼란, 지정학적 긴장감 등 변화하는 세계 경제 정세 속에서 반도체 기술로 무장한 우리나라가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반도체 협력을 넘어 인공지능(AI) 등 미국이 보유한 선진 기술 분야로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미 쌍방의 협력 틀에서 벗어나 글로벌 협력으로 장(場)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넘어 AI, 전기차, 수소 상용화 등 협력 확대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 29일 오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던 중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당선인대변인실 제공] 


해외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우리나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 국장은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에 기고한 '기술협력이 한·미관계를 재편하는 이유'라는 글을 통해 이처럼 주장했다.
 
그는 “미·중 경쟁으로 인해 미국의 산업기반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무엇보다 한국은 중요한 동맹국”이라면서 “현재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은 한국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반도체 등에 강점이 있는 반면, AI 등은 미국이 주도하는 분야인 점을 짚으며, 한·미 양국이 AI, 수소 상용화, 전기차 전환 등에서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탠가론 국장은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양국이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한·미 양국이 한국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분야가 전기차다. 우리나라 기업은 이미 미국의 전기차 산업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다. 2025년까지 미국에 건설될 예정인 13개의 대형 배터리 공장 가운데 11개는 우리나라 기업이 건설한다. 그러나 스탠가론 국장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은 대부분 중국이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한·미 양국이 주요 재료와 부품 생산을 위한 대체 공급망 개발·투자를 위해 힘을 합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자국 배터리 기업 육성에 사활을 걸면서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을 시장에서 거의 배제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한국 기업에도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을 배제한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미국이 두각을 나타내는 AI 등은 향후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안보에 있어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특히 중요한 분야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점을 짚으며, 노동력 감소는 물론이고 징병제 기반인 한국군의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AI 기술 활성화가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수소 상용화 역시 한·미 협력을 통해 속도를 낼 수 있는 분야로 꼽혔다. 

그러면서도 협력의 범위를 한·미로 제한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적인 예로 5G 관련 기술특허는 우리나라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여러 나라에 분산돼 있다. 스탠가론 국장은 기술 정책 분야는 지역에 얽매이지 말고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과의 협력을 구축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에너지, 경제 넘어 안보 문제로…친환경 에너지 전환 서둘러야
에너지 생산 구조 변화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스탠가론 국장은 “한국이 러시아의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탄소 배출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는 현 상황을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034년까지 남은 20개 석탄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생 에너지 공약을 지키고 원자력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확대와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분야에서는 글로벌 주가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MSCI에 편입될 경우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MSCI는 최근 평가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외 원화외환시장 부재, 외국인투자자 의무등록제도 등을 비롯해 정보흐름, 청산 및 결제 등 6개 항목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