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좌충우돌] 문 대통령의 '집으로 가는 길'...靑에서 양산까지

2022-05-06 08:00

문재인 대통령이 어린이날인 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청와대 어린이 초청행사'에서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벽지 분교 및 개교 100주년을 맞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초청됐다. [사진=연합뉴스]

5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집으로 가는 길'이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9일 오후 6시 청와대 정문쪽을 걸어나와 퇴근하고, 서울 모처에서 1박을 한다. 다음 날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취임식에 참석한 뒤 낮 12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울산 통도사역을 거쳐 양산 사저로 이동한다.
 
◆9일 오후 6시 청와대 정문 퇴근...분수대 환송식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9일 오후 6시가 되면 (퇴근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저에서 (김정숙) 여사를 모시고 청와대 정문 쪽으로 게이트를 열고 걸어서 나오실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탁 비서관은 "청와대 정문에서 오른쪽 편으로 분수대가 있다"며 "저희 생각으로 많은 분들이 퇴근길 마중을 오시지 않을까 싶어서 그 청와대 정문부터 그 공간까지를 조금 확보해놓고 내려가시면서 인사도 하시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계신 곳에서 짧게 소회도 밝히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문 대통령과 국정 운영을 함께한 참모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문 대통령의 지지자 등이 환송을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앞서 지난달 24일 "대통령의 마지막 퇴근길이 외롭지 않도록 가장 큰 박수로 보내드리고 싶다"며 "9일 오후 6시 청와대 앞 분수대에 모여 문 대통령을 배웅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분수대 환송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서울 시내 모처'로 이동해 하룻밤을 보낸다. 윤 당선인이 공언한 '10일 0시 청와대 개방'을 고려해서다. 김은혜 전 당선인 대변인이 "주무시는 분을 어찌 나가라고 하냐"고 했지만, 막상 개방에 따른 경호문제 등 관련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탁 비서관은 "인수위는 (부처하고 상의하지) 저희하고 아무것도 상의하지 않는다"면서 "청와대 개방행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김영삼·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식 전날 청와대를 떠났지만 이들은 서울에 집이 있었다.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서울에 정해진 거처가 없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은 다음 날 오전 청와대 관저를 떠나 이명박 당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로 이동했다.
 
◆10일 양산행...'집으로 가는 길'
 
윤건영 의원은 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 양산행 일정이 담긴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해당 이미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개최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취임식에 참석하고 1시간 뒤인 낮 12시 서울역에 도착한다. 문 대통령은 서울역 광장에서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KTX 편으로 울산 통도사역으로 이동한다.
 
문 대통령은 오후 2시 30분쯤 통도사역에 도착해, 광장에 설치된 고래조형물 앞에서 마중 나온 시민들에게 인사한다. 차편으로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마을회관으로 이동, 이웃이 될 마을주민들에게 한 차례 더 인사하고 사저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의 퇴임 모습은 2008년 2월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의 모습과 유사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봉하행도 서울역~밀양역~봉하마을로 이어졌다. 당시 시민들은 길목마다 노랑 풍선을 들고 노 전 대통령을 환송했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 도착해 그 유명한 "이야~ 기분 좋다"라고 외쳤다.

퇴임 후 문 대통령의 첫 외부 일정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일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방한해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그 후 문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정은 미국 측이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릴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까지는 차로 약 50분 거리(60㎞)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열린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노 대통령님이 그립고 보고 싶지만,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출처=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문 대통령 "잊혀진 삶 살고 싶다"...국힘 "결코 그렇게 안될 것"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내 녹지원에서 진행한 '청와대 출입기자단 초청 행사'에서 "퇴임하면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고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무슨 은둔생활을 하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며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을 끄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범한 시민, 평범한 국민으로서 가고 싶은데 가보고, 먹고 싶은데 있으면 찾아가서 먹기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여러 가지 그냥 보통 사람처럼 살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과거 노 대통령은 하루에 한 번씩은 시골까지 찾아온 분들이 고마워서 그분들과 인사하는 그런 시간을 가졌었는데, 저는 그렇게는 안 할 생각"이라며 "자연스럽게 우연히 만날 수는 있지만, 특별히 일부러 그런 시간을, 일정을 잡지는 않겠다. 그밖에는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계획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공포한 것을 거론하고 "결코 자신의 꿈처럼 잊혀진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원내대표는 "권력자 개인의 부패와 비리는 정치인 한 사람의 부끄러움으로 남겠지만, 검수완박 공포는 대한민국 헌정의 부끄러움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마침내 쇼의 결과가 퇴임 이후 자신의 안위였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권력이 이처럼 초라해질 수 있다는 것에 비애감마저 느낀다"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해 탁현민 비서관은 "그동안 5년 동안 해왔던 대통령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비난부터 시작해서 오랫동안 대통령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혔던 사람들이 있다"며 "건강한 평가, 치열한 논쟁은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쉬고 싶다는 대통령을 근거 없이 물어댄다면 저도 반박을 하는 등 무는 것이라도 해야 되지 않나"라며 문 대통령의 '잊혀질 권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백서 발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에 참석하며 탁현민 의전비서관(왼쪽 둘째)에게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