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200조 팔아 한 푼 못 번 대조양·삼중, 컨설팅의 중요성

2022-03-24 15:28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단위: 원)

매출 200조4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당기순이익 -4조6000억원. 대우조선해양의 21세기 누적 실적이다. 삼성중공업도 비슷하다. 매출액 187조9000억원, 영업이익 2조500억원, 당기순이익 -7000억원이다. 

22년이라는 기간의 누적 수치로, 두 회사의 당기순이익이 4조원가량 차이가 나는데 당기순이익률은 (-)2%, (-)0.4%로 엄청난 차이는 아니다. 

중요한 건 양 사 모두 22년 동안 돈을 까먹었다는 것이다. 양 사 모두 LNG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인데 말이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익을 내기 위한 집단이다. 매출이 오르지 못한다면 비용을 줄이고, 매출이 오른다면 비용에 여유를 둔다. 최근 쿠팡처럼 독점력을 확보하려 일시적으로 적자를 감수하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그런데 양 사는 20여년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실적 변동성이 크고, 국내 노동 환경이 비탄력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년의 시간 동안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업은 예산 설정을 통해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간다. 매우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회사들은 흑자 예산을 편성한다. 시장 규모와 기존 점유율을 고려해 편성하며 비용은 그에 맞게 설정한 후 일정한 이익을 남긴다. 또 올해 예산 편성이 실패했다면 이듬해에는 이를 반영해 개선시킨다. 

양 사는 길게 봤을 때 이윤을 남기는 예산을 짜지 못했다. 20년 이상 컨설팅을 해온 한 전문가는 이 원인을 "시장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낙관적인 시장 전망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매출을 너무 높게 잡았기에 연말에 가까워지면 이를 맞추기 어렵고 바겐세일처럼 저가 수주를 할 공산이 커진다. 애당초 너무 높게 설정한 예산의 부작용이다. 그런데 저가 수주는 강재와 같은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발주 물량이 많더라도 실적은 마이너스가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다음 발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선박의 건조기간은 설계부터 최소 1.5년이 걸린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이 컨설팅 전문가는 "대우조선해양은 경기가 좋아도 적자, 나빠도 적자다"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은 사이클이 있다 보니 저가 수주가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 있다. 

기다리다 보면 강재 가격을 선주에게 전가시킬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케이조선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재 가격이 오르기 전에 야드를 비워놓았는데 그 덕에 높은 가격으로 발주를 받을 수 있었다. 

낙관적인 예상은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인 점도 한몫한다. "산업은행이라 쓰고 ATM기로 읽는다"는 말은 지난 십 년 간 꾸준히 나왔다. 
 

[출처=보스턴컨설팅 홈페이지]

여유 있는 예산은 악순환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컨설팅 전문가들에게 요구되는 점도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55.7%)인 산업은행은 외부기관인 보스턴컨설팅(BCG)과 EY한영에 컨설팅을 맡겼다. 지난 1월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 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반대하며 양사의 합병이 최종 불발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에는 '낙관의 역설'이 없는 컨설팅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에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앞으로 10~20년 뒤 대우조선해양이 누적 흑자를 거뒀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아무리 산업은행 품에 있더라도 기업으로서 기본은 해야 한다. 적자가 지속된다면 결국 그 유지비는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이 빠르게 '정상화'돼 앞으로는 전 세계의 돈 많은 선주들로부터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