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기로에 선 '靑 국민청원'…윤석열 당선인의 선택은

2022-03-21 06:00
文 정부 상징 평가…'대국민 소통'과 '여론 왜곡' 등 평가 엇갈려
MB 사면 반대 등 여전히 뜨거운 논쟁 중…내달 존폐 운명 결정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7일 충남 천안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2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임용자 대표의 경례에 거수경례로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상징 중 하나인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가 존폐 기로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쇄신에 나서면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만료일인 5월 9일이 약 50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국민청원 역시 다음 달 운영을 종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일 윤 당선인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기로 결정하면서 ‘청와대’라는 명칭 자체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2017년 8월 19일 문재인 정부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원칙에 따라 탄생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민청원 격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벤치마킹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개설한 ‘위 더 피플’을 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답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19일에는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아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답변자로 직접 나서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이란 측면에서 ‘국민청원’은 우리 정부의 상징”이라며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국민청원은 100명의 사전 동의를 거쳐 게시판에 정식 공개된 이후 30일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 및 정부 부처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루 평균 33만명 이상이 방문했으며, 725건의 청원이 게시되고, 14만명이 넘는 이들이 청원에 동의했다.
 
국민청원이 ‘청원 등록 후 30일 내 20만명 동의 시 답변’을 기본 원칙으로 내세웠던 만큼 문 대통령의 퇴임 한 달 전후를 기점으로 게시판 운영이 중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잔여 임기가 30일 이상 남았을 때는 20만명 동의를 받은 청원만 답변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답변 시기가 이미 새 정부가 취임한 후가 된다. 물리적으로 답변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는 남은 기간 국민청원 운영 방침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청원을 수정·보완해 윤석열 정부만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운영해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와대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존폐 기로에 섰지만, 여전히 국민청원 게시판은 뜨겁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반대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청와대 답변 조건 기준인 20만명 동의를 돌파했다.
 
한 청원인은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직 대통령이 수감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또 사면되는 이런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치부패 범죄에 관해서 관용 없는 처벌이 집행돼야 한다”면서 “봐주기식 온정주의적 사면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일부에서 국민통합 관점에서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한국갤럽에서 지난해 11월에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48%가 사면에 반대한다고 나타날 만큼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해 사면 반대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박 전 대통령 사면과는 달리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 문제가 따로 제기되지도 않고 있고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해서 국민에게 반성하는 태도 또한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정치 개혁의 관점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강력히 반대하며 다시는 이런 논의가 정치권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청원을 탄생시킨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글도 올라왔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재인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이날 오후 10시 20분 현재 15만6000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지난 5년 동안 여태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자랑스럽고 새로운 재조산하의 대한한국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어려운 난관도 수없이 많았지만 대통령님이 계시기에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님을 외롭게 해드리고 싶지 않지만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힘이 되어드릴 수 있을지 몰라 이렇게 청원을 올린다”면서 “지금까지 제 생애 최고의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사람 하나뿐”이라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저 또한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님의 지지자로 살았다는 것을 평생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며 “대통령님. 임기의 마지막까지 그리고 퇴임 후의 삶까지 응원한다”고 적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정부의 5년 국정운영 결과를 담은 백서인 ‘문재인 정부 국민보고’를 발간해 이를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청와대는 이번 백서에서 50대 핵심과제를 추려 그 추진결과를 주요 통계자료 등을 곁들여 설명했다. 일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를 향해 흔들림 없이 전진하다”라는 제목 아래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경과를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는 ‘K-방역, 국민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라는 제목을 달아 소개했다.
 
또한 한국판 뉴딜 추진현황, 포용적 복지 확대, 선도형 경제로의 체질개선 등이 핵심 과제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일본 수출 규제를 극복하는 과정이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 도입 등에 대해서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콘텐츠를 구성해 백서에 담았다.
 
청와대는 백서가 공개되는 웹페이지에서는 대표 정책 가운데 무엇이 가장 잘된 정책인지를 국민들이 투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주요 정책에 대한 추진 배경 및 취지, 그 과정과 결과를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 백서”라며 “정부 부처의 관련 정책자료도 함께 연계해 확인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백서는 임기 종료 후에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국민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임기 만료를 50일 앞둔 시점에서 국민 누구나 주요 국정과제 추진 결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웹페이지를 만든 것”이라며 “인쇄물 백서나 영상백서 등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