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은 금리 올렸지만…한은, 스태그플레이션·수장교체 변수에 금리 인상 딜레마

2022-03-20 13:37
미 연준 금리 올리면 하반기 갈수록 경기둔화 우려↑
사상 초유 총재 공백사태 벌어지면 인상 연기될 수도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 속에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사상 초유의 총재 공백 사태마저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이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연내 6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는 1.9%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이 상반기 중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준금리는 현재 1.25%다. 통상적으로 금리를 한 번에 0.25%포인트씩 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에 한·미 금리가 역전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상황 점검 회의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국제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향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움직임 등이 국내 금융시장과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의 금리 인상 운신 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가계부채 문제나 경기 불황 속 물가상승세를 나타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의식하면 마냥 올릴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한은이 올해 2~3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 수준보다 더 높은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나타나기는 어렵다"면서 "물가 우려는 높지만 이미 3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경기 둔화 우려로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유의 한은 총재 공백 사태도 문제다. 이달 말 한은 총재 임기가 정권 교체와 맞물리면서 공석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선 작업이 늦어지면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금통위 회의는 주상영 금통위원이 의장 직무를 대행해 의사봉을 잡게 된다. 주 위원은 금리를 세 차례 올리는 동안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낸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다. 새 총재가 부임하더라도 취임하자마자 금리를 곧장 올리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리 인상은 새 정부가 출범한 후인 5월 26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를 건너뛰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 5월 이후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연속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모멘텀 둔화 흐름이 하반기로 갈수록 짙어지면서 국내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한·미 기준금리 역전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금통위의 금리 결정은 국내 펀더멘털을 우선 고려해 운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