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의 정치직설] 대선 투표율,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가
2022-02-28 00:00
역대 유례없는 치열한 선거판이 전개되고 있다. 특정 후보의 대세론은 흔적조차 없고 매번 여론조사마다 다른 결과가 발표될 정도로 판세는 초접전, 초박빙 혈전이다. 3월 4일과 5일은 사전 투표가 실시되고 9일은 본 선거일이다.
이제 후보들에게 남은 변수는 많지 않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강조하고 상대방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서 아직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스윙보터를 흡수하는 것이 최대 전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투표율이 더 중요해진다.
투표율이 특별히 더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 우선 후보들의 판세를 설명해 주는 선거여론조사는 개인별, 세대별, 지역별 투표율 등이 감안되지 않은 결과다. 가령 응답자가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지만 투표의향이 ‘대체로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라고 한다면 사실상 득표로 이어지지 않는 지지자이다.
투표율이 높고 낮은지에 따라서 후보 사이에 유불리가 엇갈리게 될까. 역대 대통령 선거 전체 투표율을 살펴보자. 1987년 대선 투표율이 89.5%, 1992년 대선 81.9%, 97년 80.7%, 2002년 70.8%, 2007년 63%, 2012년 75.8%, 2017년 77.2%로 나타났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70% 미만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딱 한 번으로 판세가 어느 정도 미리 기울어졌던 2007년 대선이었다.
역대 대선 투표율만 놓고 보면 투표율이 높고 낮은지에 따라 특정 정치 세력에 더 유리했다고 또는 불리했다고 보기 어렵다. 2002년은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다른 선거에 비해 낮은 편이었는데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승리였다. 그 다음 대통령 선거는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이었는데 보수 정당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역대 선거 사전 투표율은 어느 정도나 되었을까. 2016년 국회의원 선거의 사전 투표율은 12.19%였고 2017년 대통령 선거는 26.06%, 2018년 지방선거는 20.14%로 나타났고 2020년 국회의원 선거는 사전 투표율이 26.69%로 역대 사전 투표 중 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2016년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고 2017년 대선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승리였다.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선거는 여당인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이런 점만 놓고 보면 사전 투표율이 높고 낮음에 따라 특정 세력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고 보는 건 다소 무리가 뒤따른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실시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투표율보다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이 선거에 미친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전체 투표율이나 사전 투표율이 높고 낮은지보다 세대별 투표율이 더 중요해진다. 20대는 대체적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우세하고 30대는 두 유력 후보가 팽팽한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40대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그리고 60대 이상은 윤 후보가 대체로 앞서 나가는 판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세대별 투표율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유는 각 후보를 지지하는 어떤 세대가 더 많이 투표소로 나와 투표를 할지 여부에 승패가 달린 까닭이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줄곧 힐러리 클리턴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했던 히스패닉이나 흑인은 투표소에 충분히 가지 않은 반면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들은 대거 결집해서 투표하는 데 열을 올렸다고 한다. 결국 지지자들을 투표소로 나가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