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의 정치직설] 윤핵관 '정진석 비대위'의 운명 가를 치명적 변수

2022-09-12 14:13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사진=인사이트케이 제공]

추석 민심이 관통한 정치권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추석 연휴 내내 시민들 목소리는 고통에 힘겨운 곡소리와 다를 바 없다. 코로나19 국면이 어느 정도는 진정되었지만 여전히 중소 상공인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을 마주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달러 강세는 더 가팔라지고 고환율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곧 추워지는 동절기가 되면 난방유 수요는 더 치솟게 되고 불안정한 유가는 올라갈 가능성이 커진다. 수출이 경제의 밑거름이 되는 우리 구조상 무역수지 누적 적자액은 달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집권 여당의 내홍은 가라앉기는커녕 날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청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치 가처분 인용으로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직무는 정지됐다. 판결문 내용은 사실상 주관적으로 비상 상황을 규정한 비대위 자체에 대한 효력 정지 성격이 강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통해 당헌 96조 1항의 비상 상황 규정을 정비하고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비대위원장은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맡게 되었다. 정 비대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독배를 마시기로 결정했다'거나 ‘4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다'며 자신의 결단이 고뇌에 찬 애국 충정임을 강조했다. 유력하게 거론되었던 박주선 전 의원은 고사했다.

그런데 과연 정진석 카드로 국민의힘 내부를 소용돌이치게 하고 있는 내홍의 파고를 수습할 수 있을까. 우선 정 비대위원장은 법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정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가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만약 첫 번째 가처분 인용처럼 ‘정진석 비대위’ 효력 정지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정 비대위는 출발하자마자 정차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정 비대위원장 카드를 강행한 윤핵관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당내 현안에 상당한 책임을 지게 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확산되고 정진석 비대위의 운명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끝장나는 모양새가 된다.

설사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이라는 법률적 장애물을 뛰어넘더라도 끝나는 싸움이 아니다. 계속해서 이준석 전 대표와 여론 전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4개 여론조사기관(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엠브레인퍼블릭·한국리서치)가 지난 9월 5~7일 실시한 조사(8일 공표·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국민의힘이 당헌 개정을 통한 비대위 전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전체 응답으로 ‘당내 비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결정’ 의견은 27%,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따르지 않은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55%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 응답자들은 비대위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더 높았지만 압도적인 결과는 아니었다. 오히려 보수 정당 텃밭이자 아성인 대구·경북 여론은 당헌 개정을 통한 비대위 전환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37%로 적절하다는 응답 26%보다 더 높았다.

민심은 천심이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가 어떤 식으로든 이준석 전 대표를 쳐내려고 해도 ‘헌법정신, 공정, 상식’에 의해서가 아니라면 비대위의 순항은 불가능하다. 정 비대위원장은 정치 경륜과 완급 조절의 마법사다. 험난한 보수 정치 국면 속에서 5선 중진으로 국회 부의장을 맡았다는 점은 그래도 법과 원칙을 기준으로 정치의 정도를 걸어왔다는 방증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는 해법 역시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를 볼 것이 아니라 오로지 법과 원칙만을 보물단지로 삼아야 위기 해결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