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의 정치직설] '여론 몰이'하는 이준석, 신당 창당 가능성 작다
2022-10-13 13:00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어떻게 될까.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 내에서 발붙일 공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지난 6일 이 전 대표가 재판부에 신청했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이 기각됐다. 판결 결과로 정진석 비대위는 순항이 가능해졌고 이 전 대표의 입장은 더욱 위축되는 국면이다. 더 큰일은 연이어 터졌다. 같은 날 저녁 시작된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이양희 의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추가’라는 중징계 결정을 발표했다. 윤리위의 결정은 이 전 대표에게 일종의 ‘사형선고’다. 2024년 1월까지 국민의힘 당원 자격이 박탈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다시 도전하는 길은 원천적으로 막히게 된다. 게다가 다음 총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에 당원권이 회복되는 거라 사실상 차기 공천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건 다음 선택은 무엇이 될까. 신당을 창당해 차기 총선을 정면 돌파할지 아니면 당에 남아 자기 세력을 구축한 뒤 재기할 발판을 노리게 될까.
우선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몸부림이 꽃피기도 전에 좌초된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대립각’이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충돌하는 데 대한 이 전 대표의 명분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는다 하더라도 현직 대통령과 당 대표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은 당의 구성원들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빅데이터 분석을 해 보더라도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은 천양지차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지난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언급량을 비교해 보았다. 윤 대통령은 분석 기간 동안 언급량이 24만4684건이었고 이 전 대표는 고작 1만586건밖에 되지 않는다. 무려 약 25배나 차이가 난다. 현실적으로 태양이 두 개가 될 수는 없는 셈이다. 이 전 대표가 시도했던 개혁과 변화의 바람이 신선하고 가치 있는 몸부림이라 하더라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일단은 좌초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전 대표에 대한 ‘언더독 현상(Underdog Effect·약자에 대한 동정 여론)’은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4~6일 실시한 조사(7일 공표·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3%, 더불어민주당 32%로 나왔다. 주목하는 연령대는 20·30대인 MZ세대인데 20대(만 18세 이상)는 국민의힘 21%, 더불어민주당 27%로 나타났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이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30대는 국민의힘 26%, 더불어민주당 33%로 나타났다. 이 전 대표 파장이 가시화하고 난 이후 국민의힘 MZ세대 경쟁력은 대체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대통령 선거에서 검증받았던 ‘이준석의 MZ 비단주머니’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이 전 대표에 대한 감성 연관어로 ‘외롭다’가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한다. 국민의힘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이 기각되고 난 이후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롭고 고독하게’라는 심정을 공유했다. 그 외 감성 연관어로 ‘중징계’ ‘토사구팽’ ‘허탈하다’ ‘혼란’ ‘비판’ 등이 등장했다. 30대의 ‘젊음’으로 돌풍을 일으킨 이 전 대표의 정치 실험은 일차적으로 ‘미완성’인 채 일단락되었다. 이 전 대표의 향후 정치 실험이 무엇일지 그리고 성공할지 아니면 실패할지는 오롯이 이 전 대표의 ‘획기적인 문제의식’과 ‘균형 있는 현실감각’에 달려 있다. 일단은 ‘신당’보다 ‘여론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