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0만대 시대…정부 지원사격에 '대중화 원년' 될까

2022-02-25 08:00
하이브리드차, 저공해차서 곧 제외…전기차 지원 본격화
정부·지자체, 올해 보조금 결정…"경쟁력 강화 노력"

서울 강남구 테슬라 스토어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은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폭발적인 수요에도 반도체 공급난 등 때문에 생산이 부족해 실제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반도체 공급난이 일부 해소되면 판매량이 15만~20만대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전기차는 총 10만338대를 기록했다. 신규 등록 차량 가운데 6%에 해당하는 수치다.

정부는 올해는 총 20만7500대의 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국내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하이브리드車 빠르면 2025년 저공해차서 제외… "전기차 중심 지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특히 정부가 차량 세제지원을 전기차와 수소차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전기차 판매 속도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혁신성장 빅3(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추진 회의를 열고 "LPG·CNG 차량은 2024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은 2025년 또는 2026년부터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전기·수소차와 하이브리드차, 친환경 내연차를 저공해차로 분류해 지원하고 있는데, 향후 2∼3년간 개편 작업을 거쳐 전기·수소차만 저공해차에 남기겠다는 것이다.
 
보조금 지급액도 결정…전기차 판매 속도날 것으로
전기차 판매량은 보조금 지급액과 직결된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비슷한 등급의 내연기관 차량보다 비싸 구매 보조금이 지급돼야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전기차 보조금 확정이 이달로 늦춰지면서 지난달 전기차 판매도 곤두박질쳤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950대에 달했던 국내 전기 승용차 판매량은 보조금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올 1월엔 4분의 1 수준인 1450대로 급감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전국 지자체들이 이달 전기차 보조금 지원 규모를 결정하면서 전기차 판매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다만, 전기차 한 대당 지급되는 보조금 규모는 줄었다.

전기 승용차 1대당 국비 보조금 최대 금액은 지난해 800만원에서 올해 700만원으로 줄었다. 소형 화물차는 16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대형 승합차는 8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최대 지원금이 축소됐다. 
 
100% 보조금 지급 구간도 달라졌다. 정부 보조금은 차량 가격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지난해에는 6000만원 미만의 차량을 구매하면 100% 보조금이 지급됐다. 그러나 올해는 5500만원 미만 차량까지만 100% 보조를 받을 수 있다.
 
보조금 50% 지원 구간(6000만~9000만원)도 5500만~8500만원으로 낮아진다. 보조금 미지급 상한액도 지난해 9000만원 이상에서 올해 8500만원 이상으로 조정됐다.  
 
지자체마다 보조금은 '천차만별'…서울 900만원 vs 전남 나주 1550만원
여기에 지역별로 전기차 보조금이 많게는 650만원까지 차이가 나 소비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각 지자체는 자체 예산과 취득·등록세 수입 규모 등을 고려해 보조금을 책정하는데 국비와 지자체 지원금을 합친 주요 광역시별 전기 승용차 보조금은 △대전 1200만원 △대구·광주 1100만원 △인천 1060만원 △부산·울산 1050만원 순이다. 세종시는 900만원이었다.

기초 지자체로 내려가면 보조금 편차는 더욱 커진다. 기초 지자체는 국비와 도비, 시·군비가 합친 금액이 전기차 보조금으로 지급된다.

현재까지 보조금을 발표한 지자체 중에선 전남 나주시와 장흥·강진·장성군이 1대당 최대 1550만원을 지급해 가장 많은 금액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9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받는 서울과 비교하면 650만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자동차 관련 인터넷카페에는 보조금 때문에라도 이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올라오고 있다.

전기차를 계약한다고 무조건 보조금을 수령하는 것도 아니다. 전례 없는 반도체 수급난이 길어지면서 차량 인도 기간이 지연됨에 따라 소비자는 출고일을 잘 확인해야 한다. 

전기차 보조금은 신청 후 2개월 내에 출고되는 차에 한해 신청할 수 있어 기간이 지나면 보조금 신청이 취소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의 신기술 활성화, 재생에너지 사용 촉진 등을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을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면서 보조금 체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전기차 보급 여건, 해외 사례 등을 토대로 전기차 경쟁력 강화, 재생에너지 사용 촉진 등에 기여하도록 보조금 체계를 적극적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