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선이다] "이러다 門 닫힐라"...尹‧安 신뢰훼손에 '톱다운 담판'도 흔들

2022-02-22 00:00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결렬 선언을 하기에 앞서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찾아 참배한 후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협상 결렬' 선언으로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초박빙 대선 레이스에 언제든지 다시 부상할 이슈다. 다만 결렬 원인을 두고 양측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상호신뢰 훼손으로 재논의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安측 '협상無' 주장에 野 "대선 후 합당" 초안 주장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단일화 협상과 관련해 "물밑에서 진행된 사항은 없었다"면서 "지금껏 국민의힘의 단일화 이야기는 네거티브, 마타도어(흑색선전)의 수단이었다"며 '협상 완전 결렬'을 선언했다.
 
반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안 후보 쪽의 굉장히 훌륭하고 권위가 있는 원로 한 분하고 의견이 오고 갔다"며 "충분히 협의했고 초안까지 서로 주고받았었다"고 반박했다. 성 의원이 언급한 안 후보 측 원로는 인명진 목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주고받은 합의문 초안에는 '가치 동맹', '대선 이후 합당' 등이 포함됐다. 책임총리제와 연립 정부 등의 공동정부론은 별도 논의하기로 했다. 

 성 의원은 "자신 외에도 단일화 협상에 5~6개 채널이 가동됐지만 안 후보가 갑작스레 결렬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소통채널들이 난립해 오히려 잘못된 메시지를 서로 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전날 '기자회견 직전 1분 통화'에 대해서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양측 설명을 종합하면 윤 후보가 먼저 연락해 '후보끼리 만나 이야기하자'고 제안했고 안 후보는 '그 전에 내가 제안했던 내용(단일화 여론조사)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 후보가 다시 '후보끼리 만나 대화하자'고 요청하자, 안 후보는 '실무자를 정해 확실히 한 뒤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재차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후보가 이를 '실무자끼리 연락해 약속을 잡자'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혼선이 발생한 것 같다는 것이 국민의당 측 설명이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실무 협상자를 정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결렬 기자회견을 하니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안 후보가 기자회견 전 협상 결렬을 최종 통보하는 문자를 윤 후보에게 보냈지만, 윤 후보 측이 받지 못했다고 선을 그으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安 '대선 완주의지' 표명...국힘 "단일화 노력할 것"
 
안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다녀왔다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선 일정을 다시 시작한다"고 완주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후보자간 '톱 다운(Top-down)' 협상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대선 직전까지 단일화에 계속 노력하겠다"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통합 정부론'을 띄우며 안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 메시지와 이날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의 고뇌에 공감한다"며 "진영과 편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가 적재적소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합의 정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부동층에게 어필하는 것과 함께, 야권의 '필승 카드' 단일화를 저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우상호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다소 앞선 것은 '단일화 이슈' 때문이었다"며 "4자 구도로 가는 것만으로도 불리하지 않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43.7%, 윤 후보는 42.2%로 집계됐다. 안 후보는 5.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7%,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 1.7%, 김동연 새로운 물결 후보 0.4%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