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발톱' 드러낸 SK네트웍스…새해 들어 '체질 개선' 속도전

2022-02-02 18:30
올해 들어 350억여원 국내외 투자 잇달아…사업형 투자회사 행보

최신원 전 회장이 용퇴한 이후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를 공고히 한 SK네트웍스가 새해부터 무서운 투자 본능을 드러내고 있다. 최 전 회장 장남인 최성환 사업총괄의 젊은 아이디어가 빛을 발해 투자 영역도 다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올해 들어 잇달아 국내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투자처는 미국이다. 우선 지난달 11일 뇌 회로 분석 기업인 ‘엘비스’가 진행한 1500만 달러(약 180억원) 규모의 ‘시리즈 B-2’ 투자 참여를 시작으로 잇달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엘비스는 한국 여성 최초로 스탠퍼드대 교수에 임용된 이진형 대표가 2013년 창업한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뇌 질환 진단·치료 기업이다. 2018년 SK주식회사도 투자한 바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미국 친환경 대체 가죽 기업 ‘마이코웍스’에 2000만 달러(약 240억원)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마이코웍스는 버섯 균사체 기술을 활용해 기존 천연 가죽과 비슷한 인조 가죽을 만든다. 가죽 생산을 위한 동물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탄소 배출을 90% 이상 줄일 수 있어 유망한 친환경 대체 소재로 꼽힌다. SK네트웍스는 향후 마이코웍스의 생산 시설 확대, 판매망 구축, 가죽 외 신소재 개발 등에서 협력할 방침이다.

국내 신성장 사업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달 13일 국내 전기차 완속 충전사업자(CPO)인 ‘에버온’에 100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에 올랐다고 밝혔다. 에버온은 국내 3대 전기차 완속 충전기 운영 업체 중 하나로 전국에 1만개가 넘는 공용 충전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에버온은 이번 투자금 등을 활용해 2023년까지 충전 인프라를 2만5000대 이상으로 늘려 충전기 네트워크 기준 업계 1위가 되겠다는 각오다.

SK네트웍스의 이런 연이은 투자는 ‘사업형 투자회사’로 조속히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SK네트웍스는 핵심 자회사인 SK렌터카와 SK매직을 중심으로 자체 사업을 영위하되 투자회사로서 재무적투자자(FI) 역할도 하는 방식으로 경영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박상규 사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경영 환경 변화에 유연히 대응하기 위해 현재의 사업을 적절히 피보팅(Pivoting)하고, 다양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조직도 개편한 상태다. 기존 투자관리센터를 글로벌 투자센터로 바꾸고 블로체인사업부와 ICT사업개발실도 신설했다. 특히 최성환 사업총괄이 이끄는 신성장추진본부에서 신사업 투자 계획이 이뤄진다고 재계는 분석한다. 해당 본부는 각종 투자 관리와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020년 주유소 사업부와 서울 을지로 사옥 매각 등을 통해 축적한 현금성 자산을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지난달에만 350억원을 투입했고 향후 투자는 더 다양하고 커질 전망”이라며 “이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최 사업총괄의) 경영 승계를 위한 기반도 다지는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진=SK네트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