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아동 생명 빼앗아"...'조카 물고문' 이모 부부 2심도 중형

2022-01-25 11:21

10살 여아 조카를 욕조에서 '물고문' 하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가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살 조카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마구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 물에 얼굴을 집어넣는 '물고문'을 수차례 반복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에게 2심이 1심과 같이 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수원고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김성수)는 25일 오전 열린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살인 및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35·무속인)씨와 B(34·국악인)씨에게 원심이 선고한 징역 30년, 징역 12년을 각각 유지하고, 검찰과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1심이 두 사람에게 선고한 각 80시간 아동학대치료 이수, 각 10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도 유지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학대로 피해아동이 손을 올리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극도로 신체가 쇠약해진 상태였는데 피고인들은 욕실에 들어가 양손을 묶어 피해자 머리를 욕조에 넣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객관적으로 봐도 피해자 생명을 뺏을 수 있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살인죄를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심과 동일하게 피해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동복지법 취지와 대법원 판례 등을 보면 신체적 학대로 처벌하는 이상 정서적 학대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 부부는 지난 2월 8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주거지 화장실에서 조카 C(10)양 손발을 끈으로 묶은 뒤 물을 채운 욕조에 머리를 집어넣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20일에는 '개똥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2월 7일까지 C양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자 '귀신 들렸다'고 판단하고 구마 의식(귀신을 쫓는 행위)을 이유로 파리채와 나무막대기를 이용해 수차례 때려 전신 피하 출혈 및 갈비뼈 골절상 등 신체적 부상을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월 이들 부부에게 1심과 같이 무기징역과 징역 40년의 중형을 각각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B씨에게 징역 40년을 각각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처럼 개똥을 먹이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가 주된 학대행위일 경우에는 이를 독자적으로 봐야 한다"며 "양형기준 자체도 양형위원회에서 상향 조정되고 있다. 바뀐 양형기준과 국민적 정서를 반영해야 한다"고 정서적 학대 부분에 유죄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