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병채가 아버지 돈 달라고 해"…'정영학 녹취록' 수면 위로
2022-01-19 14:51
한국일보는 19일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54)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김씨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4월 4일 정 회계사와 대화하면서 "병채(곽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며 곽병채씨와 주고받은 내용을 전했다.
김씨가 곽병채씨에게 '아버지가 무엇을 달라느냐'고 묻자 곽씨가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라고 답했고, 이에 김씨가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하느냐. 그러면 양 전무(화천대유 임원)보다 많으니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라고 답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화천대유가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했고, 로비를 받은 공무원들이 사업에 협조해주고 있는지 곽병채씨가 파악해 김씨에게 보고했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보도된 녹취록 속 김씨와 정 회계사의 대화에선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불린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 명단과 금액 배분 계획도 나왔다.
김씨는 2020년 3월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권순일 전 대법관 이름을 언급하며 '50개(50억원)'씩 챙겨줘야 한다는 취지로 정 회계사에게 말했다. 이에 정 회계사는 '곱하기 50 하면 300억'이라고 답했다.
곽 전 의원이 대장동 개발사업들을 돕는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은 검찰 수사 초기부터 제기됐다. 또 아들 곽병채씨가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령해 논란이 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해 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곽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보완 수사를 벌이는 검찰은 지난달 30일 김정태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으나 현재까지 곽 전 의원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날 대장동 관련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편지가 공개됐다. 김 처장 동생 A씨가 공개한 편지에는 "너무나 억울하다. 회사에서 정해준 기준을 넘어 초과이익 부분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며 "당시 임원들은 공모지침서 기준과 입찰계획서 기준대로 의사 결정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처장은 "대장동 일을 하면서 유동규나 정민용 팀장에게 지시나 압력,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적이 없었다"며 "민간 사업자들에게 맞서며 회사 이익을 대변하려고 노력했고, 그들에게 뇌물과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