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선이다]"역대 최악의 대선"···①정책 뒤집기 ②액션플랜 실종 ③검증 가장한 네거티브
2021-12-24 00:00
현금성 복지 공약 남발에 당·정·청 입씨름만
'가족 리스크' 의혹 쏟아져…"나무라기 바빠"
'가족 리스크' 의혹 쏟아져…"나무라기 바빠"
역대 최악의 대선이 판치고 있다. 백년대계를 위한 액션플랜(실행계획서)은 간데없고 표(票)퓰리즘만 난무한다. 당·정·청은 입씨름을 하며 정책 뒤집기 바쁘다. 저성장에 빠진 한국을 구할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다. 매일 터져 나오는 각종 비위에 대한 네거티브는 정치 혐오만 키우고 있다. 23일 본지와 인터뷰 한 정치 전문가들은 "내년 3·9 대선은 시대정신도 정책도 검증도 없는 3무(無) 선거"라고 했다.
①손바닥 뒤집듯 정책 뒤집기
특히 전문가들은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는 '공약 내지르기'가 혼탁한 선거로 이어졌다고 했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18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공약을 철회했다. 최초 주장 이후 보름 넘게 밀어붙였으나 정부가 세수 부족, 재정건전성 악화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는 한술 더 떠 50조원 지원을 언급했다. 표심을 돈으로 산다는 비판이 무색하게 대선 후보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코로나19 손실보상 규모를 앞다퉈 키웠다. 판돈은 금세 불었다. 김종인 위원장이 "50조원으로 부족하다"며 100조원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 후보는 반색하며 "진심이라면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발언 닷새 만에 차기 정부 몫으로 돌렸다. 특히 청와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어 국민의힘이 다시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②백년대계 액션 플랜 전무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에 빠진 공약 성격도 국민 반감을 사고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국가적으로 변화가 예상되는, 눈길을 사로잡는 공약이 없다"며 "이 후보 공약은 분배를 앞세운 사실상 '문재인 정부 2기'고, 윤 후보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핵심이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 △노무현 정부 '행정수도 이전' △박근혜 정부 '제2의 한강의 기적'과 같은 꽂히는 공약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대선 후보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전날 이 후보가 '과학기술 7대 공약'을 발표했으나 표절 논란만 낳았다. 홍경희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과학기술 부총리 격상, 국가전략기술 확보와 새로운 감염병 대비 등을 그대로 표절했다"고 비판했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동안 대선에서 반값등록금,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은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이 후보가 대입 추첨제를, 윤 후보가 학제 개편을 각각 언급했지만 모호한 단계다. 특히 윤 후보는 전북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등 현장을 방문하고 있지만, 특별한 공약은 없는 상태다. 그보다는 인사 영입에 따른 내홍을 수습하느라 바쁘다.
③검증 가장한 네거티브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 쥴리 의혹부터 이 후보 아들 불법도박 의혹까지 '가족 리스크'가 각 후보의 지지도를 억누르고 있다. 문제는 검증을 통한 반성이 아닌 비약·네거티브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은 전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두고 "필요하다면 성명불상자(이재명 측 인사)를 피고발인으로 해 자살교사나 자살방조죄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연쇄적인 죽음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으로 '의문시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김진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장동 의혹을 파헤치려고 하자 이 후보 측에서 (김 전 수석) 아들 입사지원서 논란을 터뜨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네거티브 전쟁에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평론가는 "당내 경선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한 후보들이 승리를 못했다"며 "네거티브가 효과가 없다는 걸 정치권도 분명히 알아야 하고, 이번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빨리 검증할 수 있는 공간과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여야 유·불리를 떠나서 시간이 촉박하다. 얼른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