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도 살 사람 없어요"...살얼음판 위 서울 집값

2021-12-20 06:00
매수자 사라진 비(非)강남권 "매수자 계속 없으면 결국 집값 내릴 수밖에"
"금리인상 이제 시작…빚투 집주인 매물 토해낼 것" 기대심리 활활
재건축 호재 압구정 "매물 없어서 거래 안 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통신] 

“문의조차 없네요. 10월 말쯤 조용해지더니 매수세가 완전히 사라졌어요.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살 사람이 없는 상황이에요. 매수자가 계속 없으면 집주인도 결국 가격을 대폭 낮춰야겠죠.” (서울 금천구 독산동 중개업소 대표)
 
“압구정 일대에 신속통합기획 바람이 불면서 집주인들이 팔려고 내놨다가도 다시 물건을 거두고 있어요. 잠잠하던 매수 문의도 살아나고요. 매수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물건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된다고 보면 돼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중개업소 대표)
 
매수자 실종 '비(非)강남권' "빚투 집주인 매물 토해낼 것 기대"
19일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울 집값이 살얼음판 위에 있다. 비(非)강남권 중개업소 대표들은 “매수자가 실종돼 거래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강남은 압구정을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며, 집값 상승 기대감에 불이 붙었다는 반응이다.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 1차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일대 중개업소 전부 굶고 있다”며 “종부세에 취득세, 양도세 등 세금폭탄으로 인해 집을 사고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이 막히니 젊은 사람들은 집을 살 엄두조차 못 낸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
  
올해 들어 패닉바잉이 몰리며 빠른 속도로 집값이 상승한 노원구도 찬바람만 불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 9단지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가 없으니 호가가 내려간다”며 “간간이 급매물을 찾는 손님들이 있지만, 역시나 ’더 하락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대출규제 영향도 있지만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영끌·빚투로 상징된 유동성 파티가 이제 막 끝난 만큼, 향후 추가 금리인상이 이어지면 급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예비 매수자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이제 막 기준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내년에 금리인상 여파가 나타날 것으로 보는 매수자들이 많다”며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빚투·영끌로 집을 산 이들 중 집을 토해내는 사람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고가 대비 수천만원 빠진 가격에 호가가 형성됐다”고 했다.
 
실제 비강남권의 집값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8% 상승하며 지난주(0.10%) 대비 오름폭이 줄었다. 관악구 아파트값이 지난해 5월 18일 조사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을 멈추고 보합 전환했다. 강북구(0.01%), 광진·도봉·금천구(0.02%)와 성동구(0.03%), 노원·마포·영등포구(0.05%) 등지는 서울 평균을 밑돌며 보합에 근접해 가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 호재에 "내놨던 매물도 다시 들어가"
강남구(0.12%)와 서초구(0.14%), 강동구(0.10%) 등 강남권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강남 압구정동은 재건축 바람이 불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에 이어 압구정2구역(현대9·11·12차)도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압구정현대 인근 김만호 중앙부동산 대표는 “요즘 압구정이 이슈가 되면서 관심을 가졌던 매수자들의 문의가 다시 들어오고 있다”며 “매수문의는 있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끌어안고 있으니 거래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가 수개월에 한 번꼴로 일어나니 집값이 한 번에 수억원씩 껑충 뛴다”며 “매도인들은 최고가에 맞춰서 호가를 올리느라 바쁘고, 매수인은 대폭 오른 가격이 적정한지 판단하느라 혼란스러워한다”고 했다.
 
다만 일부 강남권 구축 아파트에서는 최고가 대비 하락한 거래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89㎡는 지난 10월 33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전고가 대비 1억9000만원 하락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청구' 전용 84㎡는 직전 최고가 대비 2억1000만원 하락한 24억4000만원에 팔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망세가 내년 6월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매수자 입장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실질적인 규제완화나 정책변화까지 이어지려면 지방선거까지 가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내년 6월까지는 관망 혹은 관망 중 일부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변화와 함께 추가 금리인상 등이 맞물리면 조정 지역이 늘 수 있다”며 “공급이 많거나 과도하게 급등한 지역들, 또는 비강남권이나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김 연구소장은 “하락변동을 끌고 갈 만한 요인도 없어서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나긴 어려워 보인다”며 “강남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를 하면 매물잠김이 풀리면서 하락 안정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