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가상자산시장…"제도권과 접점 늘면서 파급 위험도 확대"

2021-12-10 08:00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가상자산(코인)시장 시장이 2조7000억달러 규모(11월 기준)로 연초 대비 260% 이상 확대되는 등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기존 제도권 금융시장과의 접점 증가에 따른 파급 위험도 덩달아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그에 따른 대비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 코인 기반 전통 금융상품 증가·정보 비대칭 등 리스크 '곳곳' 산적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가상자산시장 성장과 특징 및 위험요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상자산시장은 상장기업의 가상자산 투자 및 비즈니스 활용, 기관투자자들의 상품 출시와 익스포저 증가 등 기관 참여도가 높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에 대한 직간접 익스포저를 가진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7조달러 이상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하거나 결제수단으로 허용한 기업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현재 36개 대형 상장기업이 약 23만개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 중이다. 투자 상위 상장기업으로는 마이크로스트레터지, 테슬라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VC)의 투자는 올해 3분기 65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가상자산 전문 헤지펀드의 순자산총액도 지난해 말 기준 38억달러로 2019년 대비 90% 늘어났다. 가상자산 전문 헷지펀드 뿐 아니라 다수의 전통적 헤지펀드도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향후 익스포저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업들의 가상자산 관련 사업 연계성이 증대되고 금융시장 내 가상자산 기반 전통 금융상품이 증가하면서 과도한 투자와 레버리지 등으로 향후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금액은 3조6000억달러로 전년비 4배 이상 증가했고 비트코인에 대한 추정레버리지 비율 역시 0.2로 연초(0.14) 이후 지속 상승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까지 가상자산의 주요 급락 국면에서 유의미한 전염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상호 연계성의 계속된 증가로 향후에는 시장 경로를 통한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규제, 해킹 범죄 등으로 가상자산 가격 급락을 촉발하면 이는 파생상품 청산으로 이어지고, 가격하락이 가속되면 관련 기업 주가 하락 등으로 연결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가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발행사의 지급능력 부족으로 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시스템 불안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발행사들이 담보자산을 단기금융시장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규제기관들이 유사시 대규모 상환 사태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일제히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미국 내 대통령 직속 금융시장 실무그룹(PWG)에서는 예금보험이 적용되는 예금기관에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코인시장 내 수익률 추구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제한된 정보로 투자자들과 정부 등이 관련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파이(De-Fi) 시장은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자유로운 금융서비스를 지향하지만, 투명성 부족, 높은 익명성 등으로 개인투자자 역차별 문제, 구조적인 조작 위험 등이 잠재되어 있어서다.

이로인해 금융안정성 유지를 위한 가상자산 관련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주요국의 제도 도입과 정책 향방과 그에 따른 시장 영향과 기관들의 익스포저 확대 여부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 관련 제도 정비가 기관들의 참여를 가속화해 가상자산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고 했다.

◆ "증권시장과 닮은 코인시장···중요 규제원칙 차용해 이용자 보호해야"

한편 가상자산시장이 증권시장과 유사한 대규모ㆍ비대면 거래 양태 속에서 정보비대칭, 대리인비용, 불공정거래 등 증권시장과 유사한 형태의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가상자산 거래자 보호를 위한 규제의 기본방향' 보고서를 통해 "증권시장의 중요한 규제 원칙을 시장 특성에 맞게 가상자산시장에 적용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가상자산업법 제정방향을 4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중요 투자정보에 대한 의무공시제도를 도입해 발행인과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발행인의 범위와 백서, 유통공시를 제도화해 발행인 공시의무의 체계화 및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시장신뢰성 확보를 위해 자본시장에 준하는 불공정거래금지 규정 마련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이는시세조종과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부정거래행위, 시장교란행위 등에 관한 규제로, 시장참여자의 위법 방지 및 평판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매매거래의 규정화와 청산·결제기능의 독립, 수탁자산보호업무의 규정화 및 위탁고객의 법적지위 보장 관련 내용도 함께 담겨야 한다는 시각이다. 우선 매매거래 규정화 및 기능 독립은 상장기준과 매매체결원칙, 자기거래, 마진거래 등에 관한 규제와, 청산 및 결제의 공공성, 가상자산거래업자의 최선집행의무, 선관의무 등을 포함해 거래의 신뢰성과 가격발견기능의 효율성을 높이고 청산·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수탁자산보호업무의 규정화 및 위탁고객의 법적지위 보장의 경우 가상자산보유자 위탁자산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있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수탁가상자산을 해킹위험 등으로부터 보호하고 위탁고객을 보관업자(거래소)의 파산위험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내용이 담기게 된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보관업자의 고객보호의무를 체계화하고 그에 따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편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가상자산업법안 입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연구원 측은 "국내 가상자산업법의 부재로 인해 미국에서와는 다르게, 가상자산거래업자 고객계정의 가상자산이 파산위험에서 절연돼 있지 못하고 고객 수탁자산의 재산권 보호가 불투명하다"면서 "가상자산거래업자의 재무건전성 위기는 미시건전성 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가상자산업법의 국회 통과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