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11월 FOMC...시장의 눈, 테이퍼링 아닌 금리인상으로

2021-11-03 00:05

2일(현지시간) 미국의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월례 회의가 이틀간 진행된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개시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과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모습. 왼쪽에서 4번째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정상화, '양적 긴축의 시대' 온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국제 금융 특파원인 로빈 위글스워스는 논평에서 연준의 테이퍼링 개시로 국제사회에 '양적 긴축의 시대(the quantitative tightening era)'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단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 사태 동안 펼쳐왔던 '초완화 정책'을 정상화하는 상황(테이퍼링·유동성 회수)에 대해 시장이 보이는 반응을 증거로 삼았다. 

특히 단기 채권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주 등 일부 선진국들의 단기 채권 금리도 최근 껑충 뛰어올랐다. 호주 중앙은행은 2일 물가상승 흐름을 지적하면서, 2024년이 아닌 2023년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다만 주식시장은 다수의 불안 요소에도 3분기 기업 실적 호조세에 기대 빠르게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 축소라는 현실이 다가오는 만큼 언제 급락이 다가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튜 혼바흐 모건스탠리 국제 거시 전략 책임자는 "중앙은행의 정책은 긴축의 방향으로 일방통행하고 있다"면서 폭탄의 일종인 'TNT'에 빗대기도 했다. 이는 각각 테이퍼링, 인플레이션, 긴축(tighten)의 글자를 따온 것이다.

다만, 위글스워스 FT 특파원은 "아직까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고착화, 공격적인 긴축 전환과 이에 따른 금융 시장 혼란 등을 우려하기엔 시기상조"라면서도 "시장은 중앙은행의 과잉반응을 경고하고 있으며,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일본은행(BOJ) 등 3곳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입' 파월에 몰리는 시장의 눈
이렇듯 초점이 테이퍼링에서 금리 인상으로 옮겨간 만큼, 시장은 이번 FOMC에서 연준의 발언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며 변동성을 높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일 로이터는 "11월 FOMC 회의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상황과 노동 임금 상승세 등이 연준의 서사에 도전하고 있다"면서 파월 의장의 발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그간 연준이 금융시장의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 재발을 우려하며 테이퍼링 개시와 금리 인상의 의미를 분리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일시적이라는 판단에 기반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까지는 연준이 테이퍼링을 마쳐도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었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 급등 등의 요인이 겹치며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깊고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막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시간표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 테이퍼링 종료와 동시에 금리 인상이 곧바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전환(seamless handoff)'을 예상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실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1일 내년 6월과 9월 중 첫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각각 65.7%와 86%로 보고 있다. 1개월 전까지도 해당 시장 지표는 내년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20% 미만으로 점치고 있었다.

특히, 연준이 내년 6월 중 기준금리를 처음 인상한다면, 9월과 12월 연이어 금리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 경우 내년 중 미국의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달 테이퍼링 개시 시점에 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역시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직전 FOMC 회의였던 9월 당시 파월 의장은 '개인적인 관점(My own view)'이라고 조건을 달았지만, 미국의 강한 경기 회복세를 자신하며 연내 테이퍼링 돌입을 시사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경제 전망에 대한 위험성(리스크)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고용과 경기 회복세가 '상당한 진전'을 이뤘기에, 자산 매입 속도 완화도 곧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 참석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향후 연준의 정책 결정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현재 공급망 문제 등의 인플레이션 요인은 연준의 통제 가능 요인이 아니라면서 향후 연준이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서 '트레이드 오프(상충관계)'를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이목은 오는 3일 공개되는 11월 FOMC 정례회의 결과에 쏠리고 있다. 연준은 3일 오후 2시(한국시간 4일 오전 3시)에 성명을 발표하며, 직후인 오후 2시 30분에는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 나선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