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7억달러 몰리는 탄소배출권 ETF…국내 시장은 언제 오픈?
2021-09-28 17:10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지난 2015년 국내에 도입됐지만 개인의 투자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탄소배출권 선물 거래가 가능하면서 해외 탄소배출권 ETF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여기에 투자하려면 해외 상품을 직접 사야 했지만 이제 국내 자산운용사에서도 해외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수 있는 ETF를 내놓으면서 투자 저변 확대가 기대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 탄소배출권 ETF 4종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해 오는 30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다.
'탄소배출권'이란 국가나 기업이 일정량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런 권리가 생기는 이유는 국제기관과 각국 정부가 각자의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정해줬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국가의 전체 목표 배출량을 정한 뒤 각 기업에 배출을 허용하는 상한을 각각 배정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해준 상한만큼은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셈이다. 이보다 적게 배출하면 남는 탄소배출권을 팔 수 있고, 이보다 많이 배출하려면 어디선가 탄소배출권을 사와야 한다.
KRBN이 추종하는 'IHS Markit Global Carbon Index' 지수 내에서 가장 비중이 큰 시장은 유럽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이번에 내놓는 탄소배출권 ETF 중에서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유럽탄소배출권 ETF'와 신한자산운용의 'SOL 유럽 탄소배출권 ETF'도 유럽의 탄소배출권을 대상으로 한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글로벌 탄소배출권 ETF'이 추종하는 ' IHS마킷 글로벌 카본 인덱스'도 유럽시장의 비율이 높다.
한편 향후 국내의 탄소배출권도 개인의 투자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경우 현재 제3자(금융투자회사 및 개인투자자) 시장 참여가 금지됐지만 정부는 유동성 증가를 위해 올해 제3자 참여를 허용할 것을 검토 중이다.
특히 올해부터 산업계에서 탄소배출권의 중요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이 열린다면 투자 매력이 크다.
처음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이때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제1차 계획기간에는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했다. 덕분에 온실가스를 할당받은 만큼만 배출하는 기업들은 비용이 들지 않았다.
이후 2018~2020년 제2차 계획기간에는 업종에 따라 배출권의 3%는 유상으로 할당했다. 유상할당은 기업 간의 거래가 아니라 정부를 통한 경매로 이뤄졌다. 유상할당이 시작됐지만 비중이 크지 않아 기업에 부담도 적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2023년까지 적용되는 제3차 계획기간에는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은 총 5조8900만톤 중 10%를 유상으로 할당한다. 이어 2024년부터는 총 할당량을 5조6700만톤으로 줄일 예정이다.
할당량도 줄고 줄어든 할당량조차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업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업체 중 하나인 현대제철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충당부채 세부내역에 1571억원의 배출부채가 잡혀있다. 온실가스 배출권이 부족해서 사야 할 부분을 회계에 미리 반영(충당부채)한 것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73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올해부터 유상할당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연말이면 배출부채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배출권시장의 연간 누적거래대금은 최근 5년간 45배 커졌다. 연도별로 △2015년 139억원 △2016년 906억원 △2017년 3115억원 △2018년 3970억원 △2019년 4924억원 △2020년 6208억원 등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 규제를 피해 탄소배출을 줄여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으려는 기업이 많아지는 만큼 탄소배출 규제에 직격당해 배출권을 사야 하는 기업들도 많아질 것"이라며 "관련 시장이 열릴 경우 꾸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