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유통가]상장 앞 '몸집 불리기'?…너도나도 오픈마켓
2021-09-29 06:00
이커머스 업체들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오픈마켓'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IPO를 앞두고 있는 만큼, 오픈마켓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규모와 시장 경쟁력을 키워 '몸집 불리기'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상장 앞두고 오픈마켓 진출…규모 확대 차원
29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이 내년 상장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 자회사인 11번가도 내년도 잠재적인 IPO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어 무려 4곳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상장에 나설 전망이다.
이들 업체들은 비슷한 시기 '오픈마켓' 진출을 공식화했다. 한 가지 카테고리만으로는 기업가치 책정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상품 구색을 늘려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컬리도 지난 6일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 페이봇을 인수하며 오픈마켓 서비스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내년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컬리는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을 마치면 직매입을 기반으로 한 기존 사업 모델에 더해 외부 판매자도 마켓컬리서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오픈마켓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다. 신선식품 외에도 주방가전, 화장품, 도서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신선식품을 직접 매장에서 보고 사려는 중장년층 충성 고객이 많은 만큼 오프라인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한편, 온라인 매출 또한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1번가는 지난달 아마존과의 협업을 통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선보이며 기존에 영위하고 있는 오픈마켓 사업 힘주기에 나선 상황이다.
이처럼 이커머스 업체들이 오픈마켓 시장이 진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폭넓은 고객의 선택권을 위해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덩치를 키워 상장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업체들은 내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후발주자 '상품 차별점·마케팅 비용 절감' 관건
오픈마켓은 여러 판매자가 한 플랫폼에 모여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판매자가 많을수록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중개 수수료와 광고비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직매입보다 부담이 적고 거래액을 늘리기에는 쉽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다만 오픈마켓 특성이 중개인만큼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고, 누구나 제품 판매가 가능해 품질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더욱이 SSG닷컴과 마켓컬리의 경우 선별된 상품을 판매한다는 전략을 펼쳐온 만큼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 SSG닷컴은 신선식품, 명품, 일부 패션 브랜드 등에 한해 오픈마켓 등록을 받지 않고 있다. 신선식품의 경우 품질 관리를 위해, 명품과 패션 브랜드는 가품 등의 이슈를 막기 위해 오픈마켓 등록을 제한했다.
마켓컬리도 오픈마켓을 열어도 상품 선별은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컬리는 자체 기준을 통과한 식품만을 판매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맛과 가격, 포장 상태 등에서 엄선한 '큐레이션'으로 성공한 업체 중 하나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오픈마켓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도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선별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 개발 프로세스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인 오픈마켓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의 마케팅 비용도 만만치 않아 적자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베이코리아(옥션, G마켓)나 인터파크 정도를 제외한 국내 오픈마켓들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전까지 막대한 적자를 내 왔다. 11번가의 경우 총거래액(GMV)이 10조원 수준으로 달성하기 전까지 최대 3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SSG닷컴도 올 2분기 영업손실 265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137억원)보다 약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적자가 116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0억원 가량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픈마켓 서비스는 판매자가 내는 판매 수수료와 플랫폼 내 광고료가 수익원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마케팅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