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GGGF] "선진국 걸맞은 기업 가치 없인 역풍 분다···기후변화 대전환 필요"

2021-09-09 17:00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 다소 늦었다고 평가받는 우리 정부와 기업도 코로나19로 인한 대전환 시대를 맞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3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21 GGGF)’ 주제섹션3에서는 '선진국 걸맞은 기업 가치 없인 역풍 분다'는 주제로 세계적인 탄소세,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한 국내 기업·정부·산업계의 대응 방안과 함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흥종 KIEP 원장, 기업 차원에서 대비해야 할 탄소국경세

이 자리에서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유럽연합(EU)의 CBAM 도입 현황과 우리 정부, 기업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탄소국경세'로도 불리는 CBAM은 탄소누출 위험에 놓인 EU의 역내산업을 보호하고 역내외 기업 간 경쟁조건을 공평하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둔 관세를 말한다.

김 원장은 “입법이 완료되는 23년이후 EU에 탄소배출량을 신고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은 적용 상품에 내재한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산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CBAM이 먼 이야기가 아닌, 당장 국내 기업이 닥친 현안임을 강조했다.

그는 CBAM이 인증 절차의 복잡성과 함께 미흡한 부분이 많아 우리 기업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원장은 “수출업자는 내재한 배출량의 80%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를 무조건 구매해야 하는데, 구매 방식이 선구매 후정산이라 조세의 성격이 있다”며 “EU 집행위원회가 CBAM 시행을 위한 이행법률과 위임법률을 채택하는 추가 작업을 하는 동안 우리 정부가 좀 더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우리 기업의 CBAM 대응을 위해 관련 수출 행정과 인증 절차를 숙지하고 사업장의 탄소배출량 측정과 배출량 자료 관리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장기적으로는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생산 공정을 확충하고 저탄소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출 품목을 전환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CBAM의 적용 품목 확대에 대비해 범산업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내놨다. CBAM의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면 석유제품, 펄프, 무기화합물, 가죽 의류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관련 산업 차원에서도 제도 숙지와 탄소 배출 개선방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CBAM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CBAM 적응을 지원하고 국가 차원의 배출 데이터 관리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서 지불하는 탄소배출 비용이 CBAM 적용 시 인정될 수 있도록 세부품목별 탄소배출량 데이터베이스, 기업의 탄소 배출 산정 시스템, 탄소중립 성과관리 등 탄소 관련 통합 관리 시스템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이효석 SK증권 팀장, 기후위기 시대의 퀄리티
이효석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 리서치센터 자산전략팀장도 2021 GGGF에서 '빅데이터를 통해 본 ESG의 현주소'라는 대주제로 기업의 ESG 경영이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국내 기업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발표했다. 

이 팀장은 “망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대한 정의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기후위기가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의 말을 인용, “ESG를 잘하는 회사는 당장의 실적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가 조달하는 금액의 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주가가 좋아질 것”이라며 “실제로도 이런 현상들이 국내외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대해서 이 팀장은 “탄소배출량과 탄소세와 같은 좌초자산의 가치가 구체화하기 시작할 때 주가가 변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특히 투자자들은 탄소세 등 좌초자산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탄소세와 EU의 CBAM에 대한 부담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신속하게 파악한 기업이 좀 더 빨리, 좀 더 열심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이 같은 대응을 못 한 기업들은 향후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이 팀장은 “우리 기업들이 가야 할 길은 어렵지만 그래도 가야 한다”며 “ESG에 투자하게 되면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금융이 기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석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 리서치센터 자산전략 팀장.[사진=SK증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