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2021 GGGF] 아만다 리틀 밴더빌트대학 교수 “기후변화가 부른 식량 위기…전통·첨단 결합농법으로 풀어야"
2021-09-07 19:00
친환경 유기농법을 고수하는 정통파 VS 미래 식량을 재창조하자는 최첨단파
이분법적 사고는 소모적인 싸움일 뿐
농업에 AI 로봇 투입해 농약 줄이고, 대체육·배양육으로 환경·동물 보호
자연과 상생이 인류를 지속하게 해
이분법적 사고는 소모적인 싸움일 뿐
농업에 AI 로봇 투입해 농약 줄이고, 대체육·배양육으로 환경·동물 보호
자연과 상생이 인류를 지속하게 해
아만다 리틀 밴더빌트대학 교수는 9일 열리는 ‘제13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21 GGGF)’에 앞서 진행한 사전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현재 기후 변화로 인해 글로벌 식량 공급 체계가 빠르게 붕괴되는 중이고, ‘코로나19’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전통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농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기후 변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
그는 특히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기후 변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최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중반이 되면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의 임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현재의 농업 방식으로는 대규모 인류 문명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된다.
전체 경작지 면적이 줄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지는 향후 10년마다 2~6%가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문서상으로는) 그렇게 큰 수치가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년 수백만 에이커(논밭 넓이 단위)의 경작지가 없어지고 있다”며 “이 와중에 인류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불균형이 더욱 심화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외의 이상 징후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올여름 독일에서 발생한 홍수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7월 14~15일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에서는 두 달 동안 내려야 할 비가 이틀 동안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 때문에 강이 범람해 홍수가 발생했고 2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는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한낮 기온이 26℃까지 오르는 등 이상고온을 겪었다. 이로 인해 프랑스 주요 포도 재배지의 80%가 영향을 받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수확량의 최소 25%, 최대 50%가 소실됐다. 작년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혹독한 날씨로 인해 배추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배추와 김치 가격이 각각 60% 이상 증가했다.
아만다 리틀은 “침습성 곤충과 세균성 마름병도 모두 기후 변화로 인한 것”이라며 “피해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까다롭고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가장 큰 위협은 식량 시스템의 붕괴다. 공급과 수요 사이의 불균형이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급자 쪽에서는 수십억t의 과일과 채소가 버려지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수천명의 굶주린 사람들이 무료 급식을 받으려고 줄을 서고 있다. 중동과 동남아프리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식량 불안이 가속화되면서 기근도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향후 30년간 미국 내 가뭄 심각도는 최대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 인류는 앞으로 이중적인 문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기존의 산업형 농업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앞으로 발생할 압박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첨단기술 결합한 새로운 농법 적극 활용해야
이에 대비하기 위해 그가 제시한 해법은 신·구를 조합한 새로운 농법의 개발이다. 현재 농업시장의 큰 줄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과거를 지지하며 기존 농업을 고수하는 ‘정통파’와 미래 지향적인 주장을 펼치는 ‘최첨단 농업파’다.
빌 게이츠는 최첨단을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식량이 재창조될 시기가 왔으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후 변화에 대비한 최첨단 농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반대쪽 식량 활동가들은 이를 부정하며 식량에 기술을 적용하지 않으려 한다. 식량을 재창조한다는 개념에 반발해 이전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이들은 산업혁명 이전으로 돌아가 몇백년간 전통으로 전해진 친환경 유기 농법을 옹호한다.
아만다 리틀은 이러한 이분법적 대립에 대해 장기적 농업 발전을 해치는 ‘소모적인 다툼’이라고 지적했다. 그보다는 두 원리를 결합해 기존의 농업 생태학과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식량 생산에 있어 제3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일 접근법으로는 완벽한 결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이 둘 모두를 수용해야 하고 이제 그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블루 리버테크놀러지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로봇 ‘시앤스프레이’를 예로 들었다. 이 로봇의 차양막에는 24개의 카메라가 장착돼 작물과 잡초를 구분한 다음 정교한 기술을 활용해 잡초의 싹을 제거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일단 농약 비용을 절감하려는 농부에게 도움이 되고 건강 측면에서 제초제와 농약의 영향이 적어진다. 또 밭 전체에 제초제를 대량으로 광역 살포하는 농법을 90%가량 줄일 수 있다. 비용 절감, 건강상 이점, 기후상 이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대체육 및 식물성 고기 개발도 마찬가지다. 바이오리액터로 배양한 ‘오리 가슴살’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용액을 통해 복제 세포에 영향을 공급하는 장치다. 이를 활용하면 일반적인 세포와 동일하게 복제가 일어난다. 현재 배양육 스타트업(신생 벤처) 시장에는 수십억 달러가 투입되고 있다. 재배 범위도 소고기부터 해산물까지 다양하다. 고기의 맛과 영향은 보존하면서 효율성을 높인 고기는 살아 있는 동물에게서 확보한 고기와 세포 수준까지 동일하다. 살아 있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
이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 최소화를 통한 환경 보호 효과도 발생한다. 아만다 리틀은 “전 세계 농장에서 절감되는 이산화탄소의 규모가 교통 부문에서 배출되는 총량이나 전 세계 전기 산업 수준에 상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수준을 넘어 토양 내부에 이산화탄소를 가두어 그 탄소를 영양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만다 리틀은 환경과 혁신에 대해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의 저널리즘 및 과학 글쓰기 교수이며, 탐사보도에 특화돼 있다. 그는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기후 변화 시대에 인류를 지속 가능하고 공평하게 먹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주로 서술한다. 이 책을 바탕으로 한 그녀의 최근 TED 강연은 조회 수가 100만건을 넘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파워 트립>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아만다는 현재 블룸버그 기고자로 뉴욕 타임스 매거진, 배니티 페어, 롤링 스톤, 와이어드, 뉴욕 매거진, 워싱턴 포스트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