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출 난민 형제의 비극…폴란드서 독버섯 먹고 숨져

2021-09-04 22:23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피한 난민을 태운 폴란드 항공 비행기가 지난달 23일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에 착륙했다. 사진=연합뉴스·EPA 제공]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5세 소년이 폴란드 난민캠프에서 독버섯을 먹고 사망한 데 이어 함께 독버섯을 먹은 6세 형도 끝내 숨졌다.

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5, 6세 아프간 난민 형제가 폴란드 바르샤바 교외 난민캠프 인근에서 독버섯을 먹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연이어 사망했다.

5세 동생은 뇌손상을 겪은 끝에 전날 먼저 사망 판정을 받았다.

6세 형은 심각한 뇌손상 증상이 확인되는 등 예후가 좋지 않았다. 간 이식 수술까지 받았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17세 누나도 함께 입원했으나 현재 퇴원한 상태다.

형제는 지난달 23일 부모를 따라 아프간을 떠나 폴란드 바르샤바 교외 난민캠프에 도착했다. 다음날 이들 가족은 센터 인근에서 딴 버섯으로 수프를 끓여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버섯의 독이 성인보다 아동에 더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언론에서는 난민캠프에서 식사를 부실하게 제공해 아프간인들이 굶주렸고, 그 때문에 이들 가족이 외부에서 독버섯을 채취해 먹게 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국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마리우스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은 비극이지만 센터의 부주의나 과실 탓은 아니"라고 밝혓다. 

폴란드 외국인청 대변인은 "피난민들에게는 유제품, 육류, 채소, 과일, 음료 등 적절한 칼로리가 있는 다양한 식품들로 구성된 식사가 하루 세끼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검찰은 이들이 독버섯을 채취한 경위와 더불어 센터의 과실이나 부주의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형제의 아버지는 영국군에 수년간 협력해온 회계사로,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점령하자 폴란드 군대와 아프간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에 협력한 1000여명의 아프간인들을 탈출시켰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밖에서 폭발로 인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AP통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