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슈퍼예산이 온다] "새 정부 지출 늘릴 유인 커… 재원 마련 선행돼야"

2021-08-18 03:00
김학수 연구부장 “핀셋 증세로 감당 안돼 중기재정·출구전략 고민을”
박기백 교수 “현 부동산·주식 과세 유지 상당한 세수 가능”
성명재 학회장 “1회성 증세 아닌 부가가치세 같은 정책 필요”

내년도 예산안이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초안에서도 600조원에 육박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확장재정으로부터의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내년도 예산안 예상 규모에 대해 "위기 대응 과정에서 편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내년까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차원에서 확장적 운영이 바람직하지만 이후 중기재정을 어떻게 가져갈지, 출구전략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지출을 줄여도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국은 현재 적자 규모가 크고 올해 세수도 많이 나오는 상황을 고려해 지출 규모를 정상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예비비를 따로 책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향후 증가가 예정된 지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 수입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출을 늘리기에 앞서 재원 마련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김 연구부장은 "새로운 정부는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을 것이고 그러면 재량지출이 늘어난다"며 "고령화에 따라 의무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재량지출이 늘고, 새로운 의무지출도 도입되면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원 마련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의무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핀셋 증세로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제도를 먼저 도입하고 채무가 증가하면 그때 가서 뭔가를 하겠다는 것은 건전 재정과는 정책 방향이 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방식은 증세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재정학회장) 또한 "증세를 하면 1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넓고 보편적으로 해야 한다"며 "이런 요건을 따지면 모든 사람이 내는 부가가치세가 좋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득세는 상위 10~20%가 전체 소득세수의 90%를 내는데 소득 중간층도 과세자이지만 면세자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중부담 중복지로 가야 한다"며 "쉽게 말해 복지가 늘어나면 세금이나 연금보험료를 늘려 부담도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동산, 주식에 대한 과세 강화가 필요한데 현 정부가 많이 해놔서 그대로 유지만 하면 상당한 세수가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학수 KDI 공공경제연구부장,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재정학회장),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정부는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재정준칙을 마련해 국회에 상정, 논의 중이다. 그러나 재정준칙은 발표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준칙 발표 이후 연말에 코로나19 3차 확산이 터졌고, 올해 들어서도 국회가 열리는 기간에 4차 확산이 퍼지면서 추가경정예산을 논의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기재위 위원들이 정부의 재정준칙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 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김 연구부장은 이에 대해 "국회에서 재정준칙 도입을 비판한다면 국회 차원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규범이 없으면 국회는 항상 확장적 재정을 가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재 교수 또한 "재정준칙은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며 "비현실적으로 숫자만 통제하면 지킬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인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재정준칙이 '립서비스'에 가깝다는 비판적 의견도 제시됐다. 박기백 교수는 "준칙을 만들 때부터 적용하고 지켰어야 한다"며 "다음 정부가 들어오면 그 정부의 의견이 있을 것이고 그럼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