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금리 딜레마…"올려야 하는데 경기는 주춤"

2021-08-12 15:59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금매입규모축소(테이퍼링) 시기가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경기회복의 가늠자 중 하나인 고용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늦가을부터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 인상도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신흥국이다. 미국은 경기회복의 신호가 곳곳에서 잡히고 있지만, 일부 신흥국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이전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대표적인 예가 필리핀이다. 필리핀 중앙은행(BSP· Bangko Sentral ng Pilipinas)이 금리동결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가 11일 보도했다. 기준금리 2%로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가 코로나19 확산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판단에서 이같은 결정을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필리핀 당국은 필요하다면 장기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필리핀 중앙은행의 운신의 폭이 넓지는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개도국인 필리핀이 저금리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의 설문조사에 응한 19명의 애널리스트는 모두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필리핀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에 어려움을 겼고 있다. 2분기 필리핀 경제는 오히려 1분기에 비해 뒷걸음질쳤다. 워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 확산이 되면서, 보건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게다가 백신접종률도 낮아 경제의 회복은 더 약화하고 있다. 페소화는 약세를 보이고, 피치 신용평가사에서 경제전망도 하향 조정하면서, 필리핀은 부양정책을 계속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산운용업체 내티시스의 트린 응우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델타 변이 확산과 백신접종률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 회복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싱가포르 DBS그룹홀딩스의 추아 한텡 이코노미스트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은 2022년 말에야 코로나19 대확산 이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필리핀뿐만이 아니다. 연준의 긴축정책이 빨라지는 것은 일분 신흥국들의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13년 발생한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긴축발작)’ 역시 미국의 갑작스러운 긴축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린적이 있다.  당시 연준이 시장에 풀린 유동성 회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터키·남아공을 중심으로 신흥국 환율이 20%나 급락했으며, 자산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앞서 연준이 6월 테이퍼링을 언급할 당시에도 신흥국에서는 긴장이 고조됐다. 지난 2월과 3월 연준 조기긴축 우려가 있엇을 때도 신흥국에서는 자금 유출이 있었다. 물론 곧 다시 회복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국제금융기구(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에 따르면 지난 2~3월 외국인들의 신흥국 투자는 크게 줄었다. 일부 회복되기는 했어도, 제 2의 테이텐트럼의 위험은 향후 2년간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타비아노 카누토 전 IMF 집행이사는 브루킹스 연구소 기고문을 통해 "2013년과 달리 당시 위기를 겪었던 주요 5개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의 규모나 국외자본 의존도가 줄었다. 환율도 당시보다는 고평가 돼있지 않다. 또 미국 경제성장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신흥국들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연준은 아마도 이에 앞서 신호를 충분히 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카누토 전 이사는 "지금 당장 개도국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테이퍼 텐트럼보다는 코로나19 확산 통제와 백신 접종률, 코로나19 이전 경제성장세 회복, 인플레이션 등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