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안전 점검은 미래를 위한 보험
2021-08-11 16:54
'안전 점검'이란 발생할 확률이 낮은 사안에 대해 미리 대비해 위험을 회피하려는 시도다. 그래서인지 안전 점검을 나가면 "이제껏 그렇게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쓸데없는 잔소리를 한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사고가 위험한 곳마다 터지는가? 심하게 균열이 간 시설물도 안전율이 있으므로 꽤나 오랫동안 버틴다. 벗겨진 전선에 모두가 감전되는 것도 아니고, 비상 통로가 막혀 있다고 당장 화재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이천 물류 창고에서 일한 작업자는 유증기로 가득 찬 밀폐된 공간 속에서 용접 작업을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사고란 매 순간 터지지 않는다. 안전하지 않은 경우마다 사고가 발생한다면 스스로 위험을 깨닫고 조치를 할 것이므로 안전 점검하라고 국가까지 나서서 독려할 필요가 없다. 약간의 노력과 관심으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재해를 인간의 나태함과 무지로 인해 지나친다면 그 결과는 훨씬 비극적이다. 안전 점검은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미리 대비하자는 의미에서 보험에 드는 것과 같다.
이번에 실시하는 국가안전대진단은 위험하고 노후화된, 그리고 과거에 안전 사고가 발생했던 시설물을 중점적으로 점검한다. 정부와 자치단체 주도로 점검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한 것은 시설 관리자의 자발적인 참여다. 국가안전대진단도 자율점검이 실시돼 유형별 자율안전점검표를 이용해 일상 생활에서 위험 발생을 미리 차단하고 관리자 스스로 안전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고자 한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IOT와 드론을 이용해 시설물을 점검하는데, 인력으로서 부딪히는 점검의 한계를 첨단 장비와 전문 인력을 이용해 점검할 예정이다.
국가안전대진단은 '수박 겉 핥기 식'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내실 있는 점검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 시민모임, 각종 협의체 및 단체의 적극적 참여와 활동을 통해 위험 요인을 발굴해야한다. 점검 후에는 그 결과를 놓고 위험 시설물의 보수 및 보강을 통해 안전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콘크리트 덩어리나 타일이 탈락되어 지나가는 사람이 다칠 위험이 없는지, 문어발식으로 콘센트를 사용하고 피복이 벗겨진 전선이 난립돼 감전과 누전의 위험이 있지 않은지, 가스 차단기와 화재 수신기는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발화성 물질이 불꽃이 일렁이는 장소에 함께 있지나 않은지 항상 주의하고 살펴보아야 한다.
국가안전대진단 점검자들에게 몇 가지 당부한다. 첫째, 현장 점검을 위해 전문가들과 공무원 그리고 시설물 관리자들이 뒤섞이며 점검을 실시하다가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소홀하다는 비난을 받는 일이 없어야겠다. 둘째, 자치단체의 경쟁심을 부추겨 전시적인 행사 위주의 점검이 돼서는 안된다. 기관장들이 점검 현장에 나와서 전문 지식도 없이 한 번 쓱 훑어보고 사진 찍고 신문과 방송에 홍보하는 것은 국가안전대진단의 취지가 아니다. 기관장과 시민들의 관심 속에 필요한 인력과 물자를 그때그때마다 지원할 수 있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 셋째, 안전에 대한 현실적인 목표와 기준을 가지고 점검 결과를 검토해 진일보한 안전 사회를 만들어 가는 기초자료로 사용해야 한다.
안전 점검을 실시하면 실시하기 전보다 사회의 안전망이 더욱 견고해져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행정안전부에서는 전국에서 실시한 국가안전대진단을 분석하여 국가안전대진단을 시행하기 전과 시행하고 난 후의 변화된 안전 사고 발생 건과 유형을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 어쩌면 이는 매우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사안이기에 연구 용역을 해서라도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만약 안전 사고 건수가 줄었다거나 심각한 위험이 경미한 위험으로 변화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없다면, 엄청난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는 국가안전대진단은 그 방법을 개선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번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하여 시민 모두가 훨씬 안전한 일상을 누리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