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4월 위기설' 지났지만··· 미분양 급증도 대비해야

2024-05-12 17:04

정석만 건설부동산부장

"유동성 확보를 위해 개발 사업예정지마저 매각하려고 내놓았지만 몇 달째 감감무소식이네요. 예전만 해도 여러 곳에서 달려들었을 텐데 요즘엔 모두 몸을 사리는 분위기에요."

최근 만난 부동산 개발업체 임원은 "건설업에 20년 이상 있었지만, 이번 ‘한파’처럼 힘든 적이 있었을까 싶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건설업계를 잔뜩 움츠리게 했던 ‘4월 위기설’은 지났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현장의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사실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와 불황기의 사이클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나긴 하지만,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이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경기 침체의 깊은 골을 지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PF 부실 우려는 최근 몇 년간 금융권 및 건설업계의 최대 화두가 돼 왔다. 금융권과 시행사, 시공사는 물론 수분양자까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자칫 부실사업장의 시한폭탄이 터지면 연쇄적인 파급효과로 이어지고 전체 부동산 PF 시장에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O월 위기설’이 반복되면서 불안이 가중되자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공매 등을 통해 부실 사업장의 토지 가격을 낮춘 뒤 은행·보험권의 신규 자금을 투입해 사업을 재구조화하는 방안 등이 제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그간 강조해온 '사업장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 PF 관련 지표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금융사들이 취급한 부동산 PF 대출은 작년 말 기준 136조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채 만기 연장으로 버티는 2금융권 브리지론 규모만 30조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미분양 증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일시적인 감소세를 보였던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1월 5만7925가구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면서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6만4964가구로 집계됐다. 불과 4개월 만에 7000가구 이상 증가한 것이다. 증가율로는 12%를 웃돈다. 특히 이 기간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6998가구에서 1만1977가구로 71.1%(4979가구)가 늘면서 미분양이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서 건설사의 미분양 신고가 의무사항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실제 미분양 주택 수가 정부 집계를 크게 웃도는 10만 가구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된다. 지방 중소 건설사의 ‘돈맥경화’ 상황이 상당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를 활용한 미분양 해소 정책 등을 내놓고 있지만, 사각지대로 인해 불확실한 미분양 통계를 기반으로 한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의구심도 제기된다. 

부동산 시장은 정책과 금리 등 외부 요인, 공급자와 수요자 등 시장의 심리가 작용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그만큼 하나의 정책만으로는 시장의 물줄기를 단숨에 되돌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 정책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생기는 점을 고려하면 미분양 증가로 인해 ‘심폐소생’을 하기 전에 정부도 단계적인 골든타임 대책을 미리 수립해야 한다. 수도권까지 전이되는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부동산과 금융 시장 불안이 가중되면 정부가 내놓는 정책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