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더 벌어진 지역별 소비 격차…中 경제회복 ‘발목’잡나

2021-08-10 15:04
中지역별 경제성장률 상위 8곳 중 7곳이 남부
2019년 상반기 대비 하이난 소비증가율 10.7%
허베이·랴오닝·헤이룽장 소비증가율 '마이너스'
고용 격차도 확대... 하반기 경제 격차 더 벌어질 듯

중국 각지 코로나19 확산 속 검사소에 몰린 주민들 [사진=신화통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뜩이나 심했던 중국 지역간 경제 불균형 문제가 더 심화하고 있다. 남북 지역간 경제 격차는 더 벌어졌고, 이는 앞으로 중국 경제 회복세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코로나19 충격에서 가장 먼저 경제 회복을 이룬 나라지만, 지역 간 경제 격차는 확대됐고, 이는 더딘 소비 회복세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중국 소매 판매 회복 더뎌... 지역별 소비 격차 탓
중국 후베이성 우한 예술지구에 위치한 분홍빛의 한 카페는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카페다. 한때 많은 상점과 사람들로 북적이던 이곳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지 1년 반이나 지난 현재에도 과거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카페 운영자인 장뤄뤄는 “지난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로 황폐해진 이곳은 여전히 황량 그 자체”라며 “주변 지역 회사들이 문을 닫으면서 주 고객층이었던 젊은 직장인도 함께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테이크아웃(포장구매), 리모델링, 할인 마케팅 등 갖은 노력도 무의미하다”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중국의 많은 지역 경제가 우한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벗어나 가파른 경제 회복세를 이룬 중국의 상황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얘기다.

지난해 1분기(-6.8%) 역성장을 거둔 중국은 같은 해 2분기(3.2%)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 3분기(4.9%)와 4분기(6.5%) 꾸준히 회복 속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올해 1분기에는 1992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인 18.3%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물론 2분기 성장률은 7.9%로 둔화했지만,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사태 직후의 부침을 여전히 겪고 있다는 점은 의문이다.

SCMP는 이 같은 상황은 중국의 더딘 소매 판매 회복세에 따른 결과라고 자체 분석을 통해 주장했다. SCMP가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2019년부터 2년간의 평균 성장률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상반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3% 증가했으나, 소매 판매는 4.4% 증가에 그쳤다.

게다가 이런 소비 회복 둔화세는 지역별로 더 뚜렷이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지역별 상반기 경제 성장률만 봐도, 상위 8개 지역 중 7개 지역이 남부에 위치해 있다. 이중 면세쇼핑 수혜를 얻은 하이난의 소매판매액이 지난 2019년 상반기 대비 10.7%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 하위 5개 지역의 소매판매액은 모두 20~30% 감소했다.

이들 지역은 후베이, 헤이룽장, 랴오닝, 네이멍구, 허베이성으로, 코로나19 발발지인 후베이를 제외하곤 모두 북부에 위치해 있다. 
지역별 소비 격차는 고용과 소득 차이가 배경
장즈웨이 핀포인트 자산운용 수석경제학자는 “중국의 남북 지역간 경제 격차는 새롭게 나타난 문제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이전 지역별 소비는 모두 플러스 성장세였다”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1년 반이 지났지만 일부 지역의 소비는 여전히 그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은 놀랍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같은 소비 격차는 고용과 소득의 차이가 배경이 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장즈웨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소득 가정의 소득 증가율이 평균보다 훨씬 낮았고, 이런 격차가 소비 위축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대 고용연구소와 구인구직 플랫폼 자오핀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중부와 동부, 서부 지역 일자리는 취준생의 수를 초과해 구직 환경이 양호한 편이지만, 베이징과 톈진, 북부 지역 도시들은 반대였다.

쑹허우저 시카고폴슨연구소 연구원은 “고용 시장의 불균형이 북부 지역 소비 회복을 더 방해 할 것”이라며 “하반기 지역별 경제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수록 중국 경제성장 둔화세도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SCMP는 ”하반기 중국 앞에는 더 큰 도전이 놓여있다”며 "무엇보다 중국의 소비회복 전망은 코로나19가 더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현재 중국은 지난해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가장 치열하게 전염병과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